포르쉐 911, 이제 연봉 10억 아니면 꿈도 꾸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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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911, 이제 연봉 10억 아니면 꿈도 꾸지 마세요

 

2026년, 더 멀어지는 드림카의 성벽

이번 크리스마스에 나를 위한 선물로 '포르쉐(Porsche)' 911을 꿈꾸셨던 분들이라면, 그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포르쉐가 다가오는 2026년을 앞두고 또 한 번의 가격 인상을 예고했거든요.

이미 올해만 두 차례 가격표를 바꿨는데, 내년 1월부터는 모델에 따라 최대 2.9%가 더 오른다는 소식입니다.

단순히 숫자만 보면 체감이 잘 안 될 수도 있지만, 이제 기본형인 깡통 911 카레라의 시작가가 무려 13만 4천 달러, 우리 돈으로 1억 8천만 원을 훌쩍 넘기게 되었습니다.

옵션 몇 개만 추가해도 2억 원은 우습게 넘기는 가격표가 911의 새로운 기준이 된 셈입니다.

사실 예전에는 포르쉐가 이 정도로 넘볼 수 없는 성벽 위의 존재는 아니었는데요.

1986년만 해도 '포르쉐 911 카레라(Porsche 911 Carrera)' 3.2 모델의 가격은 3만 2천 달러 수준이었습니다.

당시 미국 중산층 연봉이 2만 5천 달러 정도였으니, 연봉의 78% 정도면 손에 넣을 수 있는, 조금 무리하면 닿을 수 있는 꿈이었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깡통 모델조차 미국 중산층 연봉인 8만 4천 달러의 157%에 달합니다.

한 푼도 쓰지 않고 꼬박 1년 반을 모아야 겨우 기본형을 살 수 있을 정도로 문턱이 높아진 것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제 포르쉐는 더 이상 성공한 월급쟁이의 차가 아니라, 진짜 부자들만의 전유물이 되어가고 있는데요.

실제로 최근 통계를 보면 포르쉐 신차 구매자의 평균 가구 연소득이 무려 75만 달러, 한화로 약 10억 원에 육박한다는 충격적인 수치가 나왔습니다.

불과 5년 전 '마칸(Macan)' 구매자의 평균 소득이 25만 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브랜드 자체가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이사를 가버린 셈입니다.

이제 911은 운전의 즐거움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부를 과시하기 위한 '패션 아이템'이 되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 떠나는 마니아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진정한 운전 재미를 추구하는 마니아들은 굳이 포르쉐만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냉정한 판단을 내리고 있거든요.

포르쉐가 제공하는 가치가 가격 상승폭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느끼는 순간, 시선은 자연스럽게 다른 곳으로 향하게 됩니다.

가장 강력한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쉐보레(Chevrolet)'의 'C8 Z06'입니다.

포르쉐가 배짱 장사를 하는 동안, Z06는 오히려 재고가 쌓여 권장소비자가격(MSRP)보다 10%, 금액으로는 약 1,300만 원이나 할인된 가격에 팔리는 기현상마저 벌어지고 있습니다.

가격은 저렴한데 성능은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는 점이 핵심인데요.

서킷에서의 기록이나 코너를 돌아나가는 물리적인 한계치는 이미 Z06가 웬만한 911을 압도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굳이 브랜드 밸류에 집착하지 않는다면, 훨씬 합리적인 가격에 더 강력한 퍼포먼스를 즐길 수 있는 선택지가 존재하는 셈입니다.

혹은 아예 출력을 낮추고 운전의 본질적인 즐거움을 찾아 '마즈다(Mazda)'의 '미아타(Miata)'나 '혼다(Honda)'의 구형 모델들로 눈을 돌리는 분들도 많아졌거든요.

공공도로에서 낼 수 있는 속도는 어차피 제한적이고, 꽉 막힌 도심에서 500마력짜리 슈퍼카는 스트레스만 유발할 뿐이라는 깨달음 때문입니다.

'느린 차를 빠르게 모는 즐거움'을 아는 진짜 운전광들에게는, 억 소리 나는 포르쉐보다 내 손발처럼 움직여주는 경량 스포츠카가 더 큰 만족감을 줄 수 있습니다.

결국 포르쉐의 가격 정책이 마니아들을 가성비와 재미를 모두 잡은 다른 브랜드로 내몰고 있는 형국입니다.

 

 

20억을 돌파한 카레라 GT, 양극화의 정점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최신형 911이 비싸다고 아우성치는 와중에 진짜배기 올드카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거든요.

전설적인 슈퍼카 '카레라 GT(Carrera GT)'의 중고 거래가는 최근 150만 달러, 우리 돈으로 20억 원을 가볍게 돌파했습니다.

단순히 희소성 때문만이 아니라, 이 차가 가진 기계적인 완성도와 아날로그 감성이 지금의 기술로는 재현 불가능한 영역에 있기 때문입니다.

2000년대 초반 르망 레이싱카인 'LMP2000'을 위해 개발된 10기통 자연흡기 엔진을 그대로 도로 위로 가져온 이 차는, 지금의 전자장비 덩어리들과는 결이 완전히 다르거든요.

특히 무게중심을 극단적으로 낮추기 위해 적용된 기술을 보면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는데요.

일반적인 자동차 클러치보다 훨씬 작은, 지름이 고작 180mm에 불과한 손바닥만 한 세라믹 클러치를 집어넣어 엔진과 변속기의 위치를 바닥까지 끌어내렸습니다.

이런 집요한 공학적 광기와 운전자가 모든 것을 제어해야 하는 수동 변속기의 결합은, 돈만 있다고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시장은 앞으로 이런 순수한 내연기관 슈퍼카가 다시는 나올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거든요.

그래서 신형 911이 비싸졌다고 불평하는 한편에서는, 진정한 가치를 지닌 과거의 명차에 수십억 원을 아낌없이 투자하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결국 자동차 시장도 부자들은 더 희소하고 비싼 과거의 명차를 수집하고, 일반 마니아들은 가성비를 찾아 떠나는 극단적인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K자형 경제'가 자동차 취미의 영역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는 셈입니다.

포르쉐가 2026년을 기점으로 가격표를 다시 쓸 때마다, 드림카라는 단어의 무게감은 점점 더 무거워지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