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네치오 델 토로 팬이라면 절대 놓쳐선 안 될 숨겨진 스릴러
요즘 베네치오 델 토로(Benicio del Toro)의 행보가 정말 대단한데요.
2025년에는 웨스 앤더슨(Wes Anderson) 감독의 '피니키아 계획(The Phoenician Scheme)'과 폴 토마스 앤더슨(Paul Thomas Anderson) 감독의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One Battle After Another)'에 출연하며 두 거장과 다시 한번 손을 잡았습니다.
두 영화 모두 영화 팬들에게는 엄청난 이벤트였지만, 델 토로가 또 다른 단골 감독과 함께했던 최근 작품 하나는 훨씬 덜 주목받았거든요.
바로 스티븐 소더버그(Steven Soderbergh) 감독의 '노 서든 무브(No Sudden Move)'입니다.
이 영화는 극장이 다시 문을 열기 시작하던 애매한 시기에 스트리밍으로 공개되면서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 버렸는데요.
하지만 다행히도 이 작품은 여전히 재발견되기를 기다리며, 소더버그 감독의 은퇴 후 전성기를 대표하는 숨은 보석으로 남아있습니다.
거장들이 사랑하는 배우, 베네치오 델 토로
두 앤더슨 감독은 2025년 작품에서 델 토로 특유의 과묵한 카리스마를 십분 활용했는데요.
그의 미니멀한 스타일 속에서도 효과적으로 캐릭터를 구축하면서, 무표정한 코믹 연기를 이끌어냈습니다.
'피니키아 계획'에서 그는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중동을 여행하는 부유하고 비도덕적인 사업가를 연기했고요.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에서는 해체된 혁명 단체와 연관이 있는 무술 사범이자 지역 사회 지도자로 등장했습니다.
두 영화 모두 2025년의 현실을 그대로 묘사하지는 않거든요.
하지만 익숙하고 즐거운 케이퍼 무비와 액션 스릴러의 틀을 빌려와, 백인 우월주의에 대한 저항이나 자본주의의 탐욕 같은 현재의 문제들을 아주 날카롭게 다룹니다.
처음에 '노 서든 무브'는 그런 면에서 강한 인상을 주지는 않는데요.
1950년대 디트로이트를 배경으로, 당시 유행했던 복잡한 하드보일드 누아르 스타일을 그대로 따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커트 고인스(돈 치들)와 로널드 루소(델 토로)라는 두 범죄자는 고전 누아르의 전형적인 설정 속에 놓여있거든요.
'의심스러울 정도로 후한 돈을 받고 간단해 보이는 일을 하기 위해 고용된 낯선 사람들'이라는 설정입니다.
하지만 일이 꼬이면서 두 사람은 자신들이 함정에 빠졌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때부터 상황을 해결하고 목숨을 부지하기 위한 처절한 사투를 벌이게 되죠.
소더버그 감독의 독창적인 연출

시나리오는 다소 복잡하게 꼬여있지만, 화려한 배우진과 소더버그 감독의 정교한 스타일 덕분에 아주 매끄럽게 흘러가는데요.
감독은 어안 렌즈를 독특하게 사용하여 프레임의 가장자리를 왜곡시키는 연출을 선보입니다.
여러 인물이 등장하는 긴장감 넘치는 장면에서는 인물들이 미묘하게 짓눌려 보이게 만들고, 한 인물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장면에서는 배경을 일그러뜨리거든요.
덕분에 어느 것 하나 평범하게 느껴지지 않고, 흑백 화면 없이도 주관적이고 몽환적인 누아르 효과를 완벽하게 구현해냅니다.
또한 이 덕분에 붉은색이나 병적인 노란색 같은 색채를 표현적으로 사용하여 깊고 어두운 그림자와 대비시키는 효과도 극대화되었죠.
델 토로는 바로 이 그림자 속에서 특히 섬세하고 미묘한 연기를 선보이는데요.
그는 종종 조용하고 수수께끼 같은 존재감을 뽐내는데, '노 서든 무브'에서의 그의 연기는 마치 그의 커리어에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특히 그의 연기 대부분이 얼굴 표정만으로 이루어지는 고전적인 누아르 스릴러는, 그의 연기 인생에 있어 독창적인 변주를 시작하는 최고의 방법이 아니었을까요?
자본주의에 의해 망가진 세상의 스릴러

'노 서든 무브'는 인물과 사건이 많지만, 소더버그 감독이 델 토로와 함께했던 전작 '트래픽(Traffic)'만큼 방대하지는 않은데요.
오히려 소더버그 후기 작품들의 특징인, '자본주의에 의해 망가진 세상'을 배경으로 하는 스릴러라는 점이 더욱 중요합니다.
영화 속 악당들이 실제로 쫓는 것은 돈 가방이나 불법적인 서비스에 대한 대가가 아닌, 훨씬 더 거대하고 기업적인 무언가거든요.
영화는 교훈적으로 변하지 않으면서도, 공식적으로는 갱스터가 아니지만 정부 규제를 피하기 위해 갱스터처럼 행동하는 '기업가'를 최종 보스로 제시합니다.
이런 음모의 꼭대기에 기업가가 있다는 설정 자체는 신선하지 않지만, 소더버그 감독이 이를 다루는 방식이 아주 태연하고 무심하다는 점이 차이를 만드는데요.
마치 이것이 오늘날의 '근무 조건'이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커트와 로널드는 결코 기업을 무너뜨리는 영웅이 되지 않거든요.
그들은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그저 자신을 보호하고 살아남기를 바라며 발버둥 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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