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일상

대만과 한국 경제

드리프트 2021. 7. 5.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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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언론 지면상에서 요즘 가장 많이 언급되고 조망되고 있는 국가를 하나만 꼽으라면 아마 많은 분들이 대만을 꼽을 것 같습니다

대만은 한때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국가였습니다.

중국이 개혁 개방 조치와 함께 국제사회에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대만과 교류하고 있는 국가들을 압박했고 이 과정에서 많은 국가가 대만과의 수교를 중단했기 때문입니다.

 대만은 1971년 중국이 유엔에 가입할 때 유엔 회원국 지위를 잃어버렸습니다.


1979년 미국과 중국이 수교를 하면서 이와 동시에 대만은 미국과 단교하게 됩니다.


 하루아침에 대만에 등을 돌린 것은 사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닙니다.

 

 


 우리나라는 1992년 8월 24일 중국과 수교하면서 같은 날 동시에 대만 정부에 단교를 통보합니다.

 당시 명동의 대만 대사관 부지를 아무 조건 없이 그냥 중국 대사관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중국에 양도했다는 소식마저 대만에 전달되면서 대만 국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를 떠나가는 대만 외교관 직원들이 태극기를 명동 앞에서 불태우고 눈물을 흘리면서 대만 본국으로 떠났던 보도들을 많이 기억하실 수 있을 겁니다.


 사실 우리나라만 이렇게 일 순간 대만에 등을 돌린 것이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  

 

당시 국제사회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하길 원했던 수많은 나라들이 대만에게 일방적인 단교를 통보하거나 일방적인 강제 출국을 요구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만 국민들 입장에선 당시 추억을 되돌려 본다면 우리 한국 사람들에게 상당히 섭섭했을 겁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로 인해서 대만은 자연스럽게 국제 사회에서 변방의 위치에 놓이게 됐습니다. 

원래 대만의 뿌리는 국민당입니다.

 국민당이 원래 중국 본토 주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당이 공산당과의 내전에서 패배한 이후 1949년 대만 지역으로 이주하면서 현재의 양안 관계가 형성됩니다.

 중국 본토에서 쫓겨난 국민당이 대만을 30년간 통치하면서 중국과의 대립관계가 지속해 왔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부상으로 국제사회에서 대만이 배제되자 대만 내부에서도 중국과의 관계를 복원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라는 희망의 분위기가 높아졌습니다.

 이로 인해 1987년 이후 대만은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적극적으로 도모하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1992년 92 합의를 통해서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 아래 각자 의견을 존중하자는 것에 합의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 분위기는 사뭇 달라집니다.

 대만의 완전한 독립을 주장하는 민주진보당의 천수이볜이 총통으로 당선되면서 양안 관계는 다시 갈등기에 진입합니다.

 중국 정부 역시 대만의 중국 의존도를 높이기 위해 중국인의 대만 단체 여행을 허용하는가 하면 2011년부터는 개인 여행도 점차 확대 허용하고 있는 추세였습니다.

 국제 사회에서도 대만과 수교를 했던 국가들을 대만과 다시 단교하도록 권고하기도 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엘살바도르, 파나마 등 대만과의 수교관계가 있었던 여섯 개 국가가 추가로 대만과 단교하면서 2019년 9월을 기준으로 대만의 수교국은 16개국에 불과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최근 대만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지난 4월 런던에서 개최된  G7 외교장관 회의에서는 대만의 국제기구 가입 지지를 성명서로 발표한 바도 있습니다.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 독일 등 G7 국가들이 대만의 국제적 지위를 인정해주는 데 한 목소리를 낸 것입니다.

 미국은 또한 지난 2019년에 발간된 인도 태평양 전략 보고서를 통해서 대만을 이미 국가로 분류한 바도 있습니다.

 이 보고서는 미국의 중앙부처 중에 한 곳에서 발간한 보고서로써 미국의 주요 부처가 대만을 벌써 별도의 국가로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시그널일 수 있습니다.

 2021년 초 미/일 정상회담에서 또 대만 문제가 공식적으로 언급되면서 일본이 중국의 거센 반발을 산 적도 있습니다.

 사실 중국은 대만을 오랫동안 “대만은 국가가 아니라 중국의 하나의 지자체에 불과하다”라는 주장을 계속해 왔기 때문에 이러한 국제사회 움직임에 중국은 그 어느 때보다도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에는 경제분야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국제사회에서 대만의 관심도가 높아지는 추세 힘입어 대만 경제는 최근에 들어서 가파른 속도로 급부상하는 중입니다.

 

 


 대만 통계청에 따르면 대만의 올해 1분기 실질 경제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정확히 말하면 3.09%를 기록하면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장률 수치는 우리나라 1분기 성장률이 1.6% 보다 더 웃도는 수치입니다.

 이러한 높은 수치가 지속될 경우 대만의 실질적인 국가의 경제적 위상은 국제사회에서 점점 달라질 것이라는 것이 관련 학자분들의 전망입니다.

 대만의 경제 성장률이 한국을 넘어선 것은 작년(2020년)과 올해(2021년)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대만의 경제 성장률은 미 중간의 무역 갈등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2017년 이후 2018년 한 해를 제외하고는 지속적으로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대만의 1인당 실질 국민 총소득인 GNI는 29,230달러로 한국의 31,755달러와 그 격차가 점점 좁아지고 있습니다.

 지금 이 추세라면 2023년이나 2024년 정도이면 1인당 GDP에서  오히려 대만이 한국을 역전할 수도 있다는 전망마저 나옵니다.

 이런 전망치는 우리나라에게는 커다란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사실 대만이 국제사회에서 배제된 상황은 그간 우리 경제에 적지 않은 기회 요인으로 작용해 왔었습니다.

 여러 나라들이 중국 눈치 때문에 대만과의 국교를 단교했을 뿐만 아니라 자유무역협정과 같은 교역 활성화를 위한 조치를 전혀 추진할 수 없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당연히 이 과정에서 대만과 많은 부분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우리 기업들의 제품이 더욱 해외시장에서 수월하게 진출할 수 있었습니다.

 즉 최근 대만과 교류협력을 희망하는 국가가 늘어난다는 것은 그간 우리 기업의 제품들이 누렸던 이점이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대만이 앞으로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될 과제도 적지 않습니다.

 첫 번째 과제는 중국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만은 전형적으로 대외 의존도가 높은 국가의 해당됩니다.

 무역 의존도가 100%를 넘는 국가이자 수출의존도도 50%를 넘는 것이 대만입니다.

 즉 대만 경제는 수출 없이는 지탱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수출 내용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간 절대적이었구나”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대만의 대중 수출 비중은 40%에 달합니다.

 즉 전체 수출액의 40% 가까이를 중국에 수출하고 있었던 겁니다.

 


 대만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 역시 대부분 중국 본토에서 전개되었습니다.

 이로 인해서 1991년 대중 직접 투자가 허용된 이래 작년까지 대만이 중국에 투자한 금액은 1,897억 달러 수준인데 이는 같은 기간에 대만이 중국 이외의 전 세계 나머지 국가에 투자한 금액이 1,475억 달러 수준이라는 것과 비교해 보면 “중국 한 나라에 대만이 투자한 금액이 더 많았구나”라는 사실을 쉽게 알게 됩니다.

 중국 입장에서도 대만은 중국의 세 번째 수입국이자,  11번째 수출국의 지위를 차지하는 국가로서 두 국가 모두 주요 교역 상대국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수치는 대만 정부가 무조건적으로 미국의 지원에 편승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중국과의 원활한 관계 설정도 중요한 이슈임을 확인시켜 줍니다.

 

 


 대만의 또 다른 고민 중 하나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고령화 문제입니다.

 2018년 이미 고령 사회로 들어선 대만은 2025년에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예정입니다.

2019년 대만 인구는 2,360만 명으로 이미 정점을 찍고 감소 중에 있습니다.

2020년부터는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많아 인구 감소가 시작됐습니다.

 그래서 2052년에는 인구 2,000만 명 선이 붕괴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 대만 정부는 고령화로 인한 산업인력이 부족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인력 유치를 적극 추진 중에 있습니다.

 대만은 외국인 근로자 및 외국 기업들이 대만 안에서 원활하게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2019년부터 영어를 제2의 공용어로 지정하는가 하면 전 국민에게 영어 사용 수준을 높이고자 전격적인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일부 산업군의 편향되어 있는 산업 구조 역시 대만이 뛰어넘어야 할 숙제로 꼽힙니다.

 대만의 제조업 10대 기업 중 8개 사가 전자제품, 전자 부품 제조업체이기 때문입니다.

 대만 경제가 향후에도 견실한 성장세를 보이기 위해서는 정보통신기술 이외에 새로운 산업군을 육성해야 될 상황입니다.

 대만이 이렇다 할 대기업이 없는 것도 가장 큰 고민입니다.

 대만의 주요 기업들 대부분은 글로벌 브랜드 제품을 위탁받아 생산하는 OEM 기업들이 대부분입니다.

 다시 말해 직접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대만 자체 브랜드가 없는 상황입니다.

 대만인들이 해결해야 할 여러 난관들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대만 입장에서 최근 전개되고 있는 국제 사회 분위기가 어찌 보면 40년 만에 새로이 찾아온 기회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미국이 새로운 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자율주행 자동차, 인공지능 그리고 그곳에 들어갈 여러 배터리를 비롯한 전기 전자 제품의 가장 중요한 공급처로 대만을 선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본 역시 대만이 미국에 최종재를 수출하는 데 있어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가 됐다는 사실을 익히 이해하고 미국 못지않게 대만에 강력한 러브콜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미 대만은 이러한 일본의 노력에 부합해서 TSMC의 연구소를 일본에  설립할 것을 이미 발표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여건이 된다면 TSMC의 제조 공장 또한 일본에 추가적으로 건립할 의사가 있음을 천명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국제사회의 대만이 가지고 있는 지정학적인 가치의 급부상은 당연히 우리 경제에 큰 고민일 수밖에 없습니다.

 대만의 주력 제품과 우리나라의 주력 제품은 상당 부분 겹쳐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대만을 주요 공급자로 선택하고 한국의 제품들이 배제된다면 이는 우리 경제에 커다란 어려움을 가져다 줄 수가 있습니다.

 대만은 당연히 이 40년 만에 돌아온 기회를 살려야겠지만 우리나라는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앞으로 고심해야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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