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일상

사우디아라비아의 미래를 위한 변화

드리프트 2021. 6. 20. 20:54
728x170


중동에는 여러 국가가 있지만, 그중 가장 먼저 기억나는 국가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코 사우디아라비아를 꼽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런 현상은 크게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사우디는 우리나라에게 그 어느 국가보다 전략적으로 중요한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사우디가 우리나라에게 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한 나라 중 하나임을 확인시켜 줄 수 있는 가장 단적인 예가 하나 있습니다.

외교 분야의 최고위 관료를 선발하는 시험인 외무고시 출신 중 최고의 인재를 파견하는 4대 국가 중 하나가 바로 사우디아라비아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중국, 일본 그 다음으로 우리나라의 외교 분야 최고의 인재를 사우디로 파견하는 이유는 단연코 에너지 수급 문제 때문입니다.

실제로 한국 석유 공사와의 석유 수급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전체 원유 수입량이 28.5%에 달하는 약 3억 2천만 배럴을 사우디에서 수입하고 있습니다.

전체 원유 수입 상대국 가운데 가장 큰 비중입니다.

이 때문에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가장 먼저 석유가 연상되는 것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사우디가 이처럼 우리 경제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우디라는 나라를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특히 사우디는 여느 나라와는 전혀 다른 구조 속에서 운용되는 국가이기에 사우디에 대한 이해는 특히 용이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경제와 사회 제도적으로 볼 때 사우디라는 나라는 매우 이색적인 나라입니다.

21세기에 공존하는 다른 국가 중 유사한 사회제도나 경제구조로 되어 있는 나라를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사우디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먼저 국가의 운영체계부터 여타 국가와는 사뭇 다릅니다.

일반적인 국가들은 영리를 추구하는 경제활동을 개인이나 기업과 같은 민간 부분에서 수행하고 국가는 이들의 수익 일부를 세금을 부과하여 국가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국가 살림이 운영됩니다.

하지만 사우디는 경제 활동의 주체가 개인이나 기업과 같은 민간 부분이 아니라 국영 석유 회사가 국가의 절대적인 수익원으로 경제활동을 국가가 직접 수행하고 민간은 오히려 국가가 벌어들인 수익을 나누어 갖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물론 사우디가 건국 초기부터 이러한 구조를 갖춘 것은 아닙니다.

석유 부흥기 이전 사우디의 재정 상황은 크게 열악했습니다.

원래 이슬람교에서는 강제적으로 세금을 징수하지 않는 게 원칙입니다.

코란의 뜻에 따라서 자신의 재산에 따라 자발적으로 내는 세금인 자카트라는 세금만이 재정 수입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부족한 세원만으로 공무원과 군대의 급여뿐만 아니라 국가 주도 SOC 건설에 박차를 가하면서 1933년 즈음에는 사우디가 거의 파산 상태에 이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캘리포니아의 석유회사 스탠더드 오일에 사우디 석유 개발권을 고작 25만 달러에 양도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는 사우디의 국가 경영 체제를 바꾸는 결정적인 사건이 됩니다.


이후부터 사우디는 정부와 국민 사이에 세금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일은 없었습니다.

국민들이 세금을 거의 내지 않게 됐기 때문입니다.

사우디 재정 수입에서 80% 이상을 차지하는 원유를 판매한 돈으로 국민들은 광범위한 혜택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교육과 의료 서비스는 물론이고 전기 등의 에너지도 싼값에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석유를 판매한 돈의 상당액은 사우디 왕가로 일단 흘러 들어갑니다.

사우디 국민들은 정부의 연간 예산 편성에 대한 발언권이 거의 없으며 정부 또한 국민에게 지출 일부분만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원유를 판매한 수익원 중 왕가 할당분이 어느 정도 인지를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여타국가의 경우에는 소액의 잡다한 비용만을 추려 기타 항목으로 표시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사우디에서는 상황이 전혀 다릅니다.

국가 재정 수지의 세부 항목 중 기타 영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이 국가에 세금을 납부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구조에 대해 크게 불만을 표명하는 분위기도 아닙니다.


이처럼 국가가 경제 활동의 절대적인 비중을 직접 수행하고 이에 대한 과실을 국민들에게 나눠 준다고 해서 사우디 국민들이 풍요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도 오산입니다.

국민의 40% 가까이가 빈곤층에 해당합니다.

적어도 60% 가까운 사람들이 집을 구할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결혼 적령기 청년 중 절반 정도는 직업이 아예 없거나 결혼 지참금을 만들지 못해 결혼하지 못하는 형편입니다.

국민 대부분의 경제 상황이 이러다 보니 일인당 국민소득은 우리가 알고 있는 사우디 왕자들의 호화스러운 생활과 달리 2만 달러 초반 수준으로 우리나라보다 낮은 실정입니다.

한 가지 특이한 대목은, 사우디 내부에서 왕성하게 경제 활동을 수행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사우디 국민들이 아니라 외국인 노동자라는 점입니다.

사우디에 출장을 가본 사람들은 전부 쉽게 눈치챌 수 있는 것이 있을 겁니다.

공항에 도착해서 호텔에 들어갈 때까지 마주치는 대부분의 사람이 사우디 현지인이 아니라 인근 지역에서 일자리를 찾아 건너온 외국인 노동자들이라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서요. 공항의 수하물 관리자는 인도나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가운데 한나라 출신인 경우가 많습니다.

공항을 빠져나와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사우디 택시기사 대부분은 파키스탄 사람들이며, 호텔에서 손님을 맞이해 주는 도어맨 역시 또한 인도나 파키스탄, 레바논 출신들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민간 경제 부분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90%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사우디에 도착해 한 시간 넘도록 사우디 사람을 한 분도 마주치지 못한 적도 있었을 겁니다.

이 때문에 사우디 정부는 외국인들의 입국을 제한하는 비자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사우디인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자국민들을 의무적으로 고용하는 목표치를 발표하고 권장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사우디인들이 이미 외국인을 기반으로 한 경제 시스템에 너무 익숙해졌기 때문에 이러한 여러 가지 사회제도를 바꿔보고자 하는 노력마저도 온전하게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외국인을 제공하기 위한 비자 자체가 요즘은 아예 매매되고 있는 현실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외국인을 대거 고용할 수밖에 없는 국영 기업들에게 외국인을 입국시켜줄 수 있는 비자를 몰래 사들여 이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사회 제도와 법률 부문에 있어서도 사우디는 여타 국가와 달리 독특한 점이 많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구 상에 몇 남지 않은 전제군주국가입니다.

물론 국왕이 존재하는 국가는 유럽이나 아시아에도 다수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들 국가 대부분은 입헌군주 국가로 국왕의 권력이 법으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전제군주국가는 군주가 국가권력을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있으며 국가 기관 역시 군주의 권력을 집행하는 기관에 불과한 제도입니다.

전제국가인 사우디는 국왕이 사법기관의 판사 전원을 임명할 수 있으며 입법 기관인 의회의 위원장 150명 전원을 임명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사실 사우디는 노예 제도도 1962년이 되어서야 폐지가 되었습니다.

종교가 지배하는 국가인데 왕가의 자율성이 얼마나 있겠느냐 의구심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우디 왕가가 종교적 율법까지 탄력적으로 해석하게 할 정도로 종교계까지 장악하고 있는 게 지금의 현실입니다.

일례로 1990년 사우디 국왕이 사담 후세인과 맞서기 위해 미군 군대를 성지 인근에 배치하는 것을 허용한 바가 있었습니다.

이때 사우디 종교 지도자들은 성지 인근에 이단을 배치하면 안 된다는 종교적 율법을 제시하기는커녕 순순히 국왕의 의견에 동의해 논란이 된 바도 있습니다.

사우디는 복지제도 또한 전혀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사우디의 복지 제도는 “왕족들의 자비와 같다"라는 의미가 더 적합할 것 같습니다.

이 역시 사우디의 복지 제도가 “왕족들의 자비구나!”라는 사실을 쉽게 확인시켜 주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2008년 컬러 사진 한 장이 아랍 뉴스에 게재가 되었습니다.

이 사진은 걸프전에 참전한 경력을 가진 사우디 군인이 그의 자식과 아내 열 명과 함께 이슬람 성지 메카 인근에서 텐트를 치고 노숙을 하며 사는 모습이었습니다.

당시 보도는 이 군인이 원래 택시 운전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급격한 물가 상승과 대출금으로 인해 결국 노숙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상황을 함께 소개하였습니다.

해당 군인은 알라신께 기도를 올려 이러한 궁핍을 해결하기 위해 메카 인근에서 노숙하고 있다는 내용도 함께 언급하였습니다.

이러한 보도가 발표된 다음 날 해당 군인이 드디어 집이 생겼습니다.

바로 이 보도를 본 사우디 국왕이 그 해당 군인에게 집을 사준 것입니다.

이게 바로 사우디의 복지 시스템입니다.

사우디 국민 중 누군가가 도움이 필요한 사안이 있다면 왕족들 집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도움을 요청하면 됩니다.

해외에 나가 공부를 하고 싶은 국민이 있다면, 직업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부모님이 아파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이들 모두 사우디 왕가의 자비를 통해 자신들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쯤 되면 21세기에도 세상에 이런 국가가 있나 의구심이 생기는 게 사실일 겁니다.

현시대에 존재하는 국가라고 보기 힘든 면이 너무 많으니 말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사우디 내부에서도 이 같은 제도들이 구시대적이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기존의 제도를 탈피하려는 시도도 점점 늘고 있습니다.

사우디가 변화를 추구해야 할 가장 주된 이유는 역시 석유를 중심으로 한 국가 경제 시스템이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최근의 셰일 혁명 때문이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중동 지역의 맹주 역할을 지속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배경은 미국의 지원 덕분입니다.

그런데 미국이 셰일 혁명으로 석유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 자립이 달성되기 전까지 자국에서 필요한 석유의 3분의 2 가량을 사우디로부터 조달받아왔습니다.

당연히 사우디의 정치적 안정은 미국의 경제와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미국은 사우디의 안정에 적극으로 관여해 왔습니다.

하지만 셰일 혁명 이후 상황이 급 반전되었습니다.

원래 원유는 사암층 특정 구간에 집중적으로 매장되어 있습니다.

이에 반해 셰일은 진흙이 퇴적되어 굳은 암석입니다.

이러한 셰일층은 전 구간에 걸쳐 넓게 가스와 원유가 분포되어 있지만, 이 안에 매장된 가스 내지 원유를 시추하려면 암석층까지 파이프로 2,000M에서 4,000M 깊이까지 수직으로 내려간 뒤에 다시 수평으로 파이프를 시추해야 합니다.

그다음에 파이프에 난 수많은 구멍으로 물, 모래, 화학물질을 고압으로 분사해 암석층이 깨지면서 나오는 원유와 가스를 채굴해야 합니다.

그동안 어느 국가도 수평 시추법과 수압파쇄 공법을 완성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설사 기술을 확보했다 하더래도 경제성을 갖춘 수준까지 이르지 못해 셰일층에서 원유를 시추하려는 시도는 좀처럼 전개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가장 먼저 의미 있는 수준의 셰일 기술을 확보하게 되었고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갔습니다.

이로 인해 국제 에너지 기구에 따르면 미국은 2019년 들어 67년 만에 에너지 순 수입국에서 순 수출국으로 돌아섰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결국 미국은 2019년 초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에 올랐습니다.

해외 원유 수입량은 2005년에 비해 4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우리는 에너지 독립을 넘어 에너지 시장을 지배하게 됐다고 호언장담했습니다.



이러한 셰일 혁명으로 인한 석유 수급의 변화는 석유 가격에 의존하는 사우디의 입지를 크게 위축시킬 만한 것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저유가 정책을 탈피하기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전개했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그것은 이란을 견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저유가 정책이기 때문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이 2006년 이후 국제사회와 고립된 10여 년 간의 기간 동안 중동의 종주국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러한 이란이 2015년 오랜 단절을 뒤로하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핵협상을 타결하여 정상 국가로 복귀하려 시도하고 있습니다.

점차 낙후되어가는 자국 경제를 재건하기 위함입니다.

이란의 이러한 시도는 사우디아라비아에는 커다란 위협요인입니다.

이란은 세계 4위의 석유 매장량과 세계 2위의 천연가스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밖에도 철광석, 아연, 구리 등 다양한 지하자원을 보유한 세계 최대의 자원 보유국입니다.

또한 이란은 여타 중동 국가와는 달리 풍부한 수자원을 가지고 있는 중동에서 아주 완벽히 보기 드문 나라입니다.

풍부한 수자원을 바탕으로 식수뿐만 아니라 주요 농작물마저 자급자족이 가능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인구 역시 8,200만 명 수준이며, 중위연령이 30.2세로 젊은 층이 대부분인 중동 최대 내수 시장을 갖고 있습니다.

이상에서 열거한 이란의 내부 역량은 중동 지역에서 맹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에 충분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란 역시 아직은 석유가 모든 경제체제의 근간인 상황입니다.

최근 꾸준히 산업 다변화를 추진하므로 국가 경제에서 원유 의존도가 여타 중동 국가에 비해 크게 낮아지긴 했지만 2017년 기준으로 34%에 이르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이란의 경제구조를 고려할 때 사우디아라비아가 저유가 기조를 유지해야 할 이유는 분명합니다.

원유 판매를 기반으로 산업 다각화 등을 지속해서 모색해야 하는 이란 전략에 힘을 빼기 위한 가장 손쉬운 전략이 바로 저유가 전략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러한 전략은 사우디 역시 적지 않은 상처를 입게 됩니다.

하지만 중동 지역의 맹주 역할을 잃어버리는 것보다 일정 수준 손해를 보더라도 이란을 따돌리는 것이 더욱 중요하게 여길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사우디는 신재생에너지 풍력과 태양광 등이 더더욱 전 세계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하면서 석유에 대한 국제적인 중요도가 희석되는 과정에서 자국의 영향을 무엇으로 되찾아야 할지 많은 고심에 빠진 상태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사우디의 개혁 움직임은 벌써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여성의 경제활동 부분입니다.

전통적으로 사우디 여성들은 종교적 전통 때문에 가족에게 전적으로 예속되어 있습니다.

사우디 여성은 어린 시절에는 여느 국가의 어린이와 똑같은 생활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즉 밖에서도 편하게 놀고 남녀가 섞여서도 편하게 놀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여섯 살 이후에는 상황이 전혀 달라집니다.

더 이상 남자 어린이와 같이 학교에 다닐 수가 없고 남성이 있는 곳은 어디든지 출입이 금지됩니다.

복장 역시 몸은 물론이고 얼굴까지 베일로 가려야 합니다.


혼자서 운전을 하거나 경제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철저히 제한되어 있어서 대부분의 여성이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지도 못하고 사회 발전에 기여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국가 차원에서 여성들에게 다양한 직업 교육과 고등 교육이 제공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석유의 채굴 가능 연수가 점점 줄어들면서 인구의 절반인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중요해졌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종교적 율법도 탄력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2009년 압둘라 사우디 국왕은 열악하기로 악명 높은 왕국의 교육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킹 압둘라 과학기술 대학을 설립했습니다.

하버드 다음으로 높은 기부금을 자랑하는 이 대학은 사우디 최초의 남녀 공학입니다.

종교 지도자들은 남녀 공학 대학이 이슬람 율법에 위배된다고 비판하고 나섰는데 사우디 국왕은 이를 주도한 종교 지도자들을 즉시 해임하는 조치를 단행했습니다.

그러자 다른 종교 지도자들은 오히려 남녀 공학 대학 설립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공공장소 남녀 부동석이라는 금지도 깨졌습니다.

사우디 실권자인 모하메드 빈살만 왕세자가 사회 전반에 걸쳐 추진 중인 대대적인 개혁의 바람 속에서 더욱 보편적인 규율 중 하나였던 남녀 분리의 원칙이 허물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국가의 유일한 수입원이라고 할 수 있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를 주식시장에 상장해서 세계의 이목을 끌기도 했습니다.

아람코의 영업이익은 2018년 기준으로 2,240억 달러에 달하는데 우리나라 돈으로 약 254조에 이릅니다.

이는 애플, 삼성, 구글의 영업이익을 합친 금액인 1,998억 달러보다 많은 금액입니다.

사우디가 왕실의 자금줄인 아람코를 주식시장에 상장한 이유는 상장을 통해 외부 투자 자금을 확보하여 사우디아라비아의 신규 투자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함입니다.

이 과정에서 사우디 왕실은 자신들이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아람코의 재무제표를 80년 만에 최초로 공개했습니다.

사우디 왕실의 이 같은 파격 행보는 그 자체로 사우디가 놓인 환경을 상징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수십 년 넘게 지탱해 온 그들만의 사회/경제 구조가 더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던 셈입니다.

앞으로 신재생 에너지 시대가 본격적으로 돌입할 것 같습니다.

바로 그러한 석유에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세상이 열려가고 있는 지금 사우디는 자국의 미래를 무엇으로 어떻게 새로이 설정할지 우리 모두 한번 모두 지켜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그리드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