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일상

다음 세대의 도전 - 미국 정치의 고령화와 그 영향

드리프트 2024. 6. 6.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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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말실수가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최근 우크라이나와 이라크를 혼동하고, 이집트를 멕시코라고 부르는가 하면, 팔레스타인의 하마스를 기억해내지 못하는 등 연달아 화제를 모으고 있는데요.

 

바이든 대통령은 예전에도 종종 이름을 헷갈리는 실수를 했지만, 이제는 단순한 실수가 아닌 기억력 감퇴 문제로 지적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논란에 반대파들은 그가 너무 나이가 많다는 점을 공격하고 있죠.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 81세로, 만약 올해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한다면 86세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하게 됩니다.

 

하지만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도 77세로 나이에서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미국은 70, 80대 대통령을 연속으로 선출할 가능성을 안고 있습니다.

이 둘뿐만 아니라, 국회의원의 평균 나이도 59세로 역대 최고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에서도 최고령 수준입니다.

 

언론은 이를 고대 그리스의 정치 구조에 비유하며 '노인 정치'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미국 정치계는 어떻게 이렇게 초고령 정치인들로 가득차게 되었을까요?

 

다른 나라들은 어떤 상황일까요?

 

이웃나라 캐나다의 트뤼도 총리가 52세,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이 46세, 그리고 영국의 수낵 총리는 1980년생으로 43세입니다.

 

독일의 숄츠 총리가 65세로 그나마 이들보다는 조금 많네요.

 

OECD 국가의 평균 정치 지도자의 나이는 바이든 대통령보다 25년이나 젊습니다.

 

이런 추세는 최근 더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은 이에 역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역대 가장 고령의 대통령이 재임 중이며, 국회의원 중 80세가 넘는 사람은 20명에 이릅니다.

 

겉으로 보기에도 건강이 아슬아슬해 보이는 정치인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실제로 노환을 겪던 의원이 임기를 마치기 전에 세상을 뜨는 일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러니 이들이 나이 관련 얘기에 예민할 만하죠.

 

많은 경험을 가진 것이 정치인에게 장점일 수 있지만, 많은 나이는 명확한 단점으로도 작용합니다.

 

고령의 대통령에 대해 언론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육체적 건강입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신체가 약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미국의 대통령이라는 중요성을 고려할 때 건강도 주요 자격 요건으로 거론될 수밖에 없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유독 자주 넘어지는 모습을 보이면서 늘 건강에 대한 의심을 받아왔는데요.

 

이를 의식한 듯 애써 젊게 보이려는 모습들이 뭔가 어색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정신 건강은 정치인에게 더 민감한 주제입니다. 공직 수행 능력뿐 아니라 선거 결과로도 이어지죠.

 

노화로 기억력이 감퇴하고 유권자에게 그런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됩니다.

 

만약 이것이 치매로 의심받는다면 정치 생명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워싱턴의 한 약국에서는 국회의원들에게 알츠하이머 약을 처방했다고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그러니 특히 보좌관들은 가능하면 대중에게 이런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많은 신경을 써야 합니다.

 

노년층이 편중된 국회는 정책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미국인의 평균 연령은 39세입니다.

 

59세 이상의 국회의원들이 과연 미국 시민들을 대표한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요?

 

높은 연령대의 의원들은 학자금 대출 제도보다 노후 복지 정책을 우선시할 수도 있습니다.

 

기술 관련 문제에 대한 이해도 덜할 수도 있죠. 이런 의원들의 비율이 높은 국회는 다양한 계층의 의견이 반영되기 어렵고, 변화보다는 과거의 방식에서 안정을 찾는 성향이 뚜렷해집니다.

 

정치가 미래 지향적이거나 최소한 평균적인 대표성을 가지려면 젊은 정치인들이 더 많아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정치계의 연령이 낮아지지 않을까요? 이는 시민들이 나이가 많은 정치인을 선호한다기보다는 젊은 정치인들이 배출되기 어려운 선거 시스템 때문입니다.

 

2020년 대선 중 바이든 진영은 2조 원이 넘는 선거 자금을 사용했고, 2022년 국회의원 선거에는 12조 원에 육박하는 비용이 들어갔습니다.

 

후보 한 명으로 따져도 보통 25억 원 정도의 돈이 필요한데요.

 

초선의 젊은 후보가 조달하기에는 너무도 큰 금액입니다.

 

이들이 낙선하면 자연히 기존 세대에게 기회가 돌아갑니다.

 

선거 재정 시스템은 일정 수준의 나이에 이르기까지 정치에 발을 들일 수 없도록 하는 보이지 않는 장벽의 역할을 합니다.

 

25세에 하원, 30세에 상원, 그리고 35세부터 대통령 출마가 가능하도록 되어 있는 제도는 지금의 세대에게는 허울뿐인 것이죠.

 

하지만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는 조금 다른 시대를 살았습니다. 이들은 인구의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역대 최고로 부유한 세대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이들이 처음 정치에 발을 들이던 젊은 시절엔 선거 비용도 이렇게까지 비싸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다른 세대들에 비해 수월하게 정치에 입문하게 되었죠.

 

이후 선거 비용은 급격하게 상승했고, 초선 후보와 달리 폭넓은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던 현직 의원들은 어렵지 않게 정치 기부금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기존 의원들이 유리한 위치에서 시작한 선거 캠페인은 바로 결과로 나타납니다.

 

재선은 정치계에서는 아주 쉬운 일이었죠.

 

트럼프처럼 큰 부를 소유했거나 바이든처럼 오랜 정치 경력을 쌓은 후보들이 정치의 최종 단계인 대통령 자리까지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는 이유입니다.

 

선거 비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젊은 대통령이 나오기는 꽤 험난해 보입니다.

 

이렇게 많은 돈을 들여 정치에 입문하고 또 재선이 보장된다면 정년이 될 때까지 정치계를 떠나고 싶지 않겠죠.

 

그런데 미국 정치계에는 정년이 없습니다. 연령 제한이 없기 때문에 80세를 넘어 죽는 날까지 정치를 하는 것이죠.

 

이렇게 하여 미국 정치계는 다음 세대로 교체되지 않고, 전체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베이비붐 세대가 국회 의석의 절반을 차지하게 됩니다.

 

수십 년씩 정치에 몸담은 사람들은 어느덧 일과 자신의 삶을 동일시하게 됩니다.

 

극심한 스트레스가 따르는 직업임에도 이들은 직장에서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게 되죠.

 

그래서 휴가와 노후를 즐기는 유럽인들과 달리 미국의 정치인들은 직장을 쉽게 떠나지 않습니다.

 

이들에게 은퇴는 곧 죽음이고, 일은 명예와 존경을 받는 삶을 의미합니다.

 

그러면 미국인들은 갈수록 나이가 많아지고 있는 의회와 정치인들을 어떻게 바라볼까요?

 

여론은 부정적입니다.

 

시민들의 3분의 2는 선출직 공무원에게 연령 제한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수의 대중은 바이든과 트럼프 모두 대통령을 하기엔 너무 나이가 많다고 얘기하죠.

 

동료 정치인들의 생각은 일반인들보다 더 급진적입니다.

 

정치적 기회를 원하는 이들에겐 민주당, 공화당이 따로 없습니다.

 

심지어는 75세 이상 정치인들이 의무적으로 정신 능력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 또한 경선 후보이기 때문에 라이벌을 견제하려는 의도도 있겠지만, 민주당의 일반 하원 후보들의 생각은 어떨까요?

 

다음 세대들이 정치를 이어받아야 한다는 주장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닙니다.

 

물론 이제는 평균연령이 크게 오르고 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정치인으로서 몇 살부터 진짜 늙은 것이냐는 논쟁이 한창이죠.

 

또 유권자들이 젊은 정치인의 필요성을 얘기하지만, 정작 이것이 투표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나이를 이용한 네거티브 정치전은 미국에서 그 어느 때보다 뜨겁습니다.

 

후보들의 나이는 올해 대선에 변수로 작용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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