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일상

일본의 보통국가화 전략이란?

드리프트 2022. 1. 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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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지금까지 비정상적인 상태에 놓여 있었다. 이제 다시 보통 국가로 돌아가야만 한다."

 

요 몇 년 동안 계속 이어져온 일본의 모습은 우리 한국으로서는 위험할 수도 있는데요.

 

왜 일본은 보통국가화를 내세울까요?

 

"보통국가화"란 말은 도대체 뭘까요?

 

오늘은 여기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2차 대전에서의 패배와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이후 일본의 모든 국가 전략은 경제에 집중되기 시작했습니다.

 

자위대는 창설했지만 방위 병력은 최소한으로 유지하며 미국의 힘에 거의 모든 것을 의존하고자 했고, 이렇게 절약된 방위비는 전부 다 국가 발전을 위해 투입되었습니다.

 

이렇듯 일본은 냉전 시대에 미국이 펼쳐놓은 자유주의와 시장경제질서에 편승하여 세계적인 경제대국으로 도약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이들은 전범국이라는 자신들의 이미지를 상세시키기 위해 방위비용의 최소화와 평화헌법의 충실한 이행을 이어나갔고,

 

국제사회에서는 적극적으로 인권 및 자유를 외치는 행보를 보여왔습니다.

 

그렇게 일본은 자유주의 진영 최전선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냈고,

 

1968년에는 마침내 서독을 제치고 자유주의 진영 2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서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2위와 3위의 경제대국이 모두 전범국이었다는 사실은 조금 아이러니이기도 하네요.

 

이후 소련까지 제치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선 일본은 위기감을 느낀 미국에1985년 플라자 합의를 통해 경제적으로 두들겨 맞고 버블까지 터지면서 침체를 겪기는 했습니다만 여전히 세계 2위의 경제규모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또한 일본은 자위대의 전력을 꾸준히 늘려오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대부분의 안보는 미국에게 의존하고 있던 실정이었습니다.

 

그러던 1991년, 걸프 전쟁이 발발합니다.

 

당시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에 반발한 미국과 세계 각국은 다국적 연합군을 편성하여 쿠웨이트를 도와 전쟁에 참전하였는데, 대한민국 또한 이에 파병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일본이었습니다.

 

당시 일본은 걸프전에서 무려 130억 달러라는 거금을 내놓았는데 놀랍게도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선은 싸늘한 뿐이었습니다.

 

직접 자국민을 중동으로 보낸 타국들과 달리 돈으로 모든 걸 때우려 했던 일본의 경제 외교가 결국 대실패로 끝났던 것입니다.

 

이 시기부터 일본은 "안보 무임승차론" "수표 외교"에 대한 비판에 직면하여 자신들의 정책을 대대적으로 수정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고 이는 1993년 북한의 핵확산 금지조약(NPT)탈출 사건인 1차 북핵 위기와 맞물리며 "보통국가화"라는 새로운 전략으로 이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의 새로운 생각

 

"우리는 이제 미국이 주도하는 대로 끌려가지 만은 않을 것이다.

비정상이었던 과거를 청산하고 세계 2위 경제 대국에 걸맞은 국제사회의 입지를 확보할 것이다."

 

당시 일본은 북핵의 위협, 미국이 동맹의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 경제의 침체, 경제에 걸맞지 않은 국제사회

영향력 등 여러 문제들에 직면하게 되었고 이것이 외교안보의 변화로 나타나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등장한 "보통국가화" 개념과 함께 일본은 1990년대 중반부터 서서히 우경화로의 행진을 이어나갔고,

 

강한 일본을 외치는 보수주의 정치인들이 국민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1995년 당시 과거사에 대한 사실을 표명했던 무라야마 담화와 일본군 위안부 피해에 대한 보상 사업인 "아시아 여성기금" 설치 같은 정책은 일본 내에서 과격한 비난을 받았고,

 

보수주의 정당인 자민당은 이 같은 비난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실용주의 혹은 평화주의자들은 정치권력에서 점점 밀려나고, 기성 보수세력 그리고 젊은 우파 세력들이 일본 정치의 중심으로 부상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러나 당시 일본 우경화의 지속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국가전략은 대체로 미국이 자신들 뒤에 있다는 안정감을 통해서 형성되었고 따라서 군사대국화로의 야망이 그렇게까지 노골적으로 표출되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2000년대 중반까지 일본은 놀랍게도 중국과도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동중국해에서 둘이 치고받고 싸우고 있지만, 2008년에는 동중국해 공동개발까지 합의할 정도로 대체적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다져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독도 문제 또한 물론 이전부터 본인들 것이라고 계속해서 주장을 해오긴 했었지만, 최근처럼 시끄럽게 떠드는 횟수는 지금보다 훨씬 적은 빈도이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오늘날 같은 일본의 본격적인 극우적 움직임은 도대체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2010년 세계 2위 경제대국의 지위를 중국에게 내주게 된 충격적인 경제지표, 그리고 또 같은 해 벌어졌던 중국과의 센카쿠

분쟁 문제가 일본 극우화의 핵심 원인이라고 대부분 분석하고 있습니다.

 

자, 이처럼 자신의 지위 추락과 중국과의 마찰에서의 굴욕적인 양보는 결국 일본의 우경화 과정에 엑셀레이터를 밟는 결과로 이어지고 말았던 것입니다.

 

일본이 추가는 자신들의 미래는 미국에 너무 의존하지 않고, 중국에도 취약하지 않은 안전한 상태, 스스로 비정상에서 벗어난 "보통 국가 일본"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일본의 방위 예산은 매년 계속해서 증가해 나가고 있으며 2013에는 방위계획 대강을 통해 자위대 인원 증원을 천명했고,

 

2015년에는 미일 안보협력 가이드라인에서 자위대의 적극적인 역할을 명시했습니다.

 

더 이상 자위대는 자위대가 아니라 군대라고 불러야 할 정도로 그 역할의 제한이 대부분 사라진 상태인 것입니다.

 

일본은 이러한 자신들의 정책을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일본국 헌법 제9조에 의해 교전권과 군대를 포기한 일본은 오직 스스로의 방해를 위해서만 사용할 수 있는 자위대를 운영 중에 있는데,

 

2013년 이후부터 이들은

 

"동맹국이 공격받는 것은 일본의 안보에도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동맹국과 자국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 우리는 해외 국가와도 교전할 수 있어야 한다"

 

라는 주장을 내세우며 헌법을 재해석하고, 자위대 역할을 확장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자, 이를 좀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최근까지 이란과 다른 국가의 분쟁이 이어지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에 일본이 자위대를 파견시킬 수 있는 것 또한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일환이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국과 같은 동맹국이 공격받을 경우 우리의 안보도 위협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동맹국을 지키기 위해 적과의 교전을 피하지 않는다."

 

라는 주장이 자위대가 호르무즈 해협과 같은 해외에 파견될 수 있는 명분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아베 신조는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받기 위해 "적극적 평화주의가 일본이 추구해야 할 21세기의 간판이다."라는 주장을 이어나갔는데,

 

여기서 "적극적 평화주의"의 의미는 기존 제대로 된 군사행동을 하지 않았던 일본은 소극적으로 평화를 외치고 있었던 것이며, 지역의 평화, 세계의 평화를 위해서 이제는 자신들의 군사력을 적극적으로 이용할 것이라는 논리입니다.

 

자, 이제 이와 같은 내용을 알아보며 우리는 최근 뉴스나 여타 방송 여기저기서 아베 총리가 평화헌법의 개헌을 추진하고 있다."라는 말이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이제는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평화헌법 즉, 일본국 헌법 9조는 지금까지 일본의 군사활동을 억제해 왔고 일본은 헌법 재해석이라는 방법으로 자위대 역할을 조금씩 확대해 왔는데,

 

 

이제 이들은 헌법 개정을 통해서 자신들의 군사활동을 억제하고 있는 마지막 봉인을 해제하고자 시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언론에서 수 없이 회자되고 있는 평화헌법 개정에 대한 의미이자, 일본이 대내외적으로 표방하고 있는 "보통국가화"의 핵심 내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두드러지는 미중간의 패권 경쟁과 북한의 핵위기, 그리고 러시아의 부상, 모두 동북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현상들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일본의 "보통국가화"라는 국가적 대전략은 미국이 동북아에서 도전 세력을 막아내기 위한 노력과 정확히 일맥상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미국이 일본의 봉인 해제를 지지하고 있는 이유라고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오늘날 한국은 이에 어떠한 대응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일까?

 

한국은 미국과의 동맹관계임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으로는 중국과 지나치게 깊이 엮여있기 때문에 심각한 전략적 딜레마에 빠져 있는 상황입니다.

 

주변 강대국들에 비해 애매한 힘과 입지를 가지고 있는 한국은 자칫 동북아 내에 고립될 수 있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시각을 동북아 수준에서 더 넓은 범위로 넓혀나가고 있습니다.

 

최근까지 한국이 ASEAN, 호주 같은 중견 세력들과 협력을 늘려나가고 있는 이유는 주변 강국 사이에서의 선택을 강요받는 애매한 중견국의 입지를 어떻게든 넓혀 보려는 노력의 일환으로서 이해할 수 있으며,

 

멕시코, 인도네시아, 한국, 터키, 호주 다섯 개 중견국 연합체 MIKTA의 결성 또한 강대국에 비해 다소 취약한 중견국들이 공동으로 힘을 모아보려는 전략이라고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신흥강국들의 모임 브릭스(BRICS)가 보여 준 것처럼 말입니다.

 

이렇게 강대국 주도 국제질서 속에서 중견국들의 연합된 세력을 형성하고자 하는 것이 현재 한국이 그리는 그림이지만 아직은 시작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반면 미중의 경쟁은 당장 눈앞에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 현 한국의 외교가 직면한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연합체와는 별개로 미국과의 동맹관계는 긴밀하게 이어나가야 하는 것이 한국 외교에게 던져진 중요한 숙제이기도 합니다.

 

너무나 짧은 식견을 가지고 있기에 앞으로 한국의 노력이 동아시아의 패권경쟁 속에서 어떠한 변수를 만들어낼지

쉽사리 판단을 내릴 수는 없습니다.

 

다만 한국이 성공적인 외교를 통해 전략적 선택의 폭을 키워낼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것으로 일본이 목표로 하는 자신들의 모습 "보통국가화"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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