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자동차 안에서 각종 서비스를 이용하는 드라이브 스루와 드라이브 인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접촉으로 인한 감염을 최소화하면서 일상을 이어 가기 위한 최적의 방편으로 말이다.
코로나19는 일상의 풍경을 180도 바꿔놓았다.
대부분의 사람이 야외 활동을 중단했으며 가족과의 얼굴을 맞댄 대화조차 조심스러워졌다.
그렇다고 해서 일상의 전부를 멈출 수는 없다. 이에 교육, 업무 등 일부 서비스 및 활동은 온라인으로 대체됐다.
그러나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활동은 현장감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서비스는 지속되더라도 직접적인 체험을 통한 만족과 경험을 충족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이유로 한때 유행했던 자동차 극장과 같은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 및 드라이브 인(Drive in) 서비스가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면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편의와 효율성에 안전을 더한 드라이브 스루와 드라이브 인
드라이브 스루는 이제 우리에게 꽤 익숙한 단어다.
한국에서 코로나19 진단 검사에 드라이브 스루 방식을 적용해 K-방역이란 명칭으로 해외에 전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라이브 스루 및 드라이브 인은 편의성과 효율성이 뛰어나 북미 등 해외에선 오래전부터 널리 사용해 온 방식이다.
패스트푸드점이 일반적이며 결혼식, 장례식, 투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그러다 2020년 초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지면서 일상 유지가 불가능해지자 이전보다 더 다양한 분야에서 이를 차용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특히 사람들이 많이 모일 수밖에 없는 행사에 적극 실시됐다.
평생을 함께 할 반려자와 새 출발을 알리는 결혼식은 일생일대의 중요한 이벤트인만큼 축하를 위한 하객이 몰리게 돼있다.
하지만 팬데믹 시국에는 이만큼 위험한 모임도 없다.
이에 지난해 말레이시아의 한 커플은 드라이브 스루 결혼식을 올려 전 세계적으로 이목을 끌었다.
하객들이 차를 타고 지나가며 축하를 하면 답례품으로 준비한 음식을 나눠주는 식으로 결혼식을 진행한 것이다.
아울러 독일에서는 기존의 자동차 극장을 활용한 드라이브 인 방식의 결혼식이 열리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했던 미국은 59회 대통령 선거를 치르면서 일부 지역의 투표를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실시했다.
2017년 캐나다가 투표율 제고를 위해 드라이브 스루로 투표를 진행한 적은 있지만, 감염병 유행이 원인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팬데믹으로 이동 제한령이 내려진 스페인에서는 장례식마저 드라이브 스루로 치루는 경우도 있었다.
장례식장에 도착한 영구차가 화장터 입구에 잠시 멈춰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보여주고, 유족들은 차 안에서 작별 인사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되돌아온 추억의 자동차 극장
국내에는 어떤 사례들이 있을까?
접촉으로 인한 교차 감염은 밀폐된 공간일 수록 발생 가능성이 크다.
공기 흐름이 정체돼 바이러스 밀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극장을 찾는 사람들이 급속도로 줄어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상영 시간 내내 불특정 다수와 함께 실내에 머물러야 하기에 전염에 대한 우려가 큰 것이다.
하지만 대형 화면 너머로 전해지는 재미와 감동에 대한 수요는 없어지지 않았다.
이에 점차 추억 속으로 사라졌던 자동차 극장이 기존 극장의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SK텔레콤이 발간한 ‘T맵 트렌드 맵 2020’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멀티플렉스 극장 이용자는 1월 대비 86% 급감한 반면, 자동차 극장 이용자는 16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극장은 상영관 내부가 아닌 차에 탄 채로 영화를 관람하는 방식이다.
밀폐되지 않은 야외 공간이라는 점과 각자의 자동차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극장 보다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다.
물론 티켓 구매, 검표 등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타인과의 불필요한 접촉도 대폭 줄어든다.
제네시스는 지난해 봄, 경기도 파주와 용인, 그리고 부산에서 자동차 극장인 ‘제네시스 시네마’를 운영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문화생활 기회가 줄어든 고객들에게 비대면 상황에서 안심하고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안전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전체 행사장 방역과 더불어 손 소독제 및 물티슈 등이 담긴 ‘제네시스 항균 키트’를 제공했다.
제네시스 시네마는 영화 칼럼니스트 김태훈의 상영작 설명 영상과 함께 ‘건축학개론’, ‘영웅본색’ 등 총 4편의 작품을 상영했다.
아울러 ‘제네시스 무비 콤보’로 각종 간식도 준비해 영화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도왔다.
이밖에 국내 멀티플렉스 극장 브랜드인 CGV도 서울랜드와 함께 자동차 극장을 마련했다.
지난해 7월 서울랜드 후문 주차장에 개관한 CGV X CAR CINEMA(CGV 바이 카 시네마)는 온라인 예매가 가능하며, 현장 발권도 드라이브 스루로 이뤄져 개인 간 접촉을 최소화했다.
안전하면서 생동감 넘치는 드라이브 인 콘서트
코로나19는 영화 업계뿐만 아니라 직접 팬과 소통하는 문화예술 업계에도 큰 타격을 입혔다.
특히 음악 콘서트를 비롯해 뮤지컬, 연극 등의 공연은 대부분의 일정이 연기되거나 중단됐다.
그러나 각종 무대 또한 극장과 마찬가지로 드라이브 인 방식으로 공연을 즐기는 자리가 하나 둘 조성됐다.
이렇게 어렵게 마련된 자리는 사람들의 지친 마음을 달래고 기운을 북돋아줬다.
현대자동차의 ‘현대 모터스튜디오 스테이지 X 드라이브 인 콘서트(이하 스테이지 X)’가 좋은 예다.
스테이지 X는 자동차와 미래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하는 현대차의 실험 정신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자리로, 작년에는 안전한 관람을 위해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 인근의 킨텍스 제2전시장 주차장을 대여해 공연을 진행했다.
지난 스테이지 X는 길어지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많은 이들이 지쳐가고 있는 가운데 음악의 힘으로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는 무대였다.
공연장을 찾은 이들은 뮤지션 및 출연자들과 차를 통해 소통했다.
환호와 함성 대신 헤드램프와 와이퍼가 동원됐고, 스마트폰의 불빛을 응원 도구로 사용했다.
오랜만에 무대에 오른 연주자들도 최선을 다해 무대를 꾸몄다.
드라이브 인 콘서트는 장소와 장르를 가리지 않았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와 한국문화재단은 지난해 여름 경복궁에서 ‘2020 차 안에서 즐기는 고궁음악회’를 개최했다.
정기적으로 열리던 고궁음악회가 코로나19로 중단되자 자동차를 활용하는 방법을 고안한 것이다.
경기문화재단 또한 ‘예술 백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뮤지컬, 대중 음악 등의 공연을 드라이브 인 방식으로 진행한 바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종식된다 하더라도 팬데믹 이전의 일상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따라서 앞으로 더 다양한 영역에서 드라이브 스루 및 드라이브 인과 같은 비대면 서비스가 활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사회는 새로운 상황에 맞게 조금씩 변화할 것이며, 자동차 역시 더욱 더 사적인 공간으로써의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그만큼 실내 공간의 비중이 높아지고, 자동차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의 기준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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