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731' 논란, '일본 만행 고발'이라는 의도와 '그래서 중국은 깨끗한가'라는 반문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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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731' 논란, '일본 만행 고발'이라는 의도와 '그래서 중국은 깨끗한가'라는 반문 사이

 

최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제국 731부대의 끔찍한 생체실험을 다룬 중국 영화 '731'의 공식 예고편이 공개되며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한 이 영화는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전쟁 범죄로 꼽히는 731부대의 비인간적인 만행을 고발하려는 목적으로 제작되었는데요.

 

제작사는 이 충격적인 역사를 다시 한번 세상에 알려 경각심을 일깨우고자 했을 겁니다.

하지만 온라인 반응은 제작사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았습니다.

 

물론 일본의 만행을 비판하고 영화에 대한 기대를 표하는 목소리도 많았지만요, 오히려 이 문제를 두고 전혀 다른 지점에서 논쟁의 불씨가 붙었거든요.

 

예고편 댓글 창은 순식간에 일본의 '과거사'가 아닌, 중국의 '현재'를 심판하는 거대한 토론의 장으로 변해버렸습니다.

예상 밖의 화살, 일본이 아닌 중국으로

댓글 창에서 가장 폭발적으로 터져 나온 반응은 바로 '그래서 중국은?'이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영화가 고발하는 대상은 명백히 '과거 일본 제국'인데도, 수많은 네티즌들은 영화를 만든 주체인 '현재 중국 정부'를 소환하기 시작한 거죠.

 

"당신들이 위구르와 티베트에서 저지르는 만행은 영화로 만들지 않느냐"는 지적부터 "한국전쟁 침략에 대한 사과는 언제 할 거냐", "우한 바이러스는 어떻게 된 거냐"는 등 중국의 현대사와 현재진행형인 인권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하는 댓글들이 쏟아졌습니다.

 

심지어 중국 네티즌이 "역사를 잊지 말자"고 호소하면, 곧바로 "천안문 사태부터 기억하라"는 반박이 달리는 식이었죠.
이는 단순히 몇몇 네티즌의 의견이 아니었습니다.

 

한국어, 영어, 일본어 등 다양한 언어로 된 댓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거대한 여론의 흐름이었습니다.

왜 사람들은 '과거'가 아닌 '현재'를 소환했나?

사실 이 현상은 단순히 일본의 책임을 덜어주려는 '물타기'를 넘어섭니다.

 

댓글의 논지를 자세히 살펴보면, 731부대의 만행 자체를 부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거든요.

 

'표면적으로는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이야기였지만, 사실 사람들은 중국이라는 '메신저'의 자격을 문제 삼고 있었던 거죠.'

 

즉, 역사상 최악의 범죄를 고발하는 주체가 현재 다른 형태의 반인권적 행위와 역사 왜곡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중국 공산당이라는 사실, 바

로 이 지점에서 대중의 반감이 폭발한 겁니다.

 

"다른 이의 잘못을 지적하려면, 먼저 자신부터 떳떳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근본적인 질문이 영화의 메시지를 압도해버린 셈입니다.

 

이는 오늘날 온라인 여론이 특정 메시지를 평가할 때, 그 메시지의 내용만큼이나 '누가 그 말을 하는가'라는 메신저의 신뢰도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 논쟁이 보여주는 '메신저 효과'

재미있는 건, 정작 영화 제작사의 의도는 오직 '일본의 전쟁범죄 고발'에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들은 인류 보편의 양심에 호소하며 역사적 사실을 알리고자 했지만, 대중은 그 의도를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정치적 프로파간다'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그들의 다른 의도를 의심하기 시작했죠.

 

이 해프닝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어떤 메시지가 아무리 옳고 정의롭더라도, 그 말을 하는 메신저가 신뢰를 잃었다면 과연 그 메시지는 대중에게 온전히 가닿을 수 있을까요?

 

영화 '731'을 둘러싼 논쟁은 메시지와 메신저가 분리될 수 없는 현대 미디어 환경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중은 더 이상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수용하지 않고, 그 이면에 있는 맥락과 의도를 끊임없이 파헤치고 질문을 던지는 능동적인 존재가 된 겁니다.

결국, 모든 것은 현재를 비추는 거울

영화 '731'의 예고편은 과거의 비극을 다루고 있었지만, 그에 대한 반응은 놀랍도록 현재적이었습니다.

 

사람들은 80년 전의 만행에 분노하면서도, 동시에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또 다른 형태의 문제들을 외면하지 않았거든요.

 

어쩌면 제작사는 예상치 못한 역풍에 당황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격렬한 논쟁 자체가 역설적으로 전 세계 사람들이 역사 문제와 인권에 얼마나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를 증명하는 것 아닐까요.

 

결국 이 해프닝은, 지금 우리가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정직한 거울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