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자신의 자동차가 출고될 때와 같은 상태로 유지되길 바랄 것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런 소망을 구현하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노 단위의 고분자를 활용한 셀프힐링과 오일캡슐 고분자 코팅 기술이 바로 이런 노력의 결과물이다.
세월의 흔적이란 말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가지 요인에 따라 자연스레 물체에 남는 흔적을 의미한다.
인간이 나이가 들면 생기는 주름이나 철로 만들어진 물건에 녹이 스는 현상이 바로 세월의 흔적이라 할 수 있다.
자동차도 이런 세월의 흔적이 남는 물건이다. 사고 한번 나지 않고 차를 운행했다 하더라도 차체 표면에 남는 미세한 상처, 내부 부품의 마모 등은 피할 수 없다.
이런 세월의 흔적은 차를 아끼는 오너에게는 안타까움을 주고, 안전과 관련된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가령 자동차에 탑재되는 각종 센서와 카메라 등은 작은 상처에도 기능 고장의 원인이 된다.
오랜 시간 사용되어 마모 한계에 다다른 내부 부품은 어느 순간 갑자기 망가질 수도 있다.
또한 전동화 및 자율주행 기술은 현재보다 더 많은 센서를 필요로 한다. 이러한 센서는 윤활제의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이기 때문에 전식의 우려가 있다.
이러한 문제는 자동차 오너뿐만 아니라 제조사도 관심을 가지고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 손꼽힌다.
나노 기술을 통해 세월의 흔적을 지우다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자동차에 남는 세월의 흔적을 지우고 언제나 새 차 같은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는 묘안에 대해 고민해왔다.
이런 고민은 ‘상처가 나더라도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차에 부여하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로 이어졌고,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셀프힐링 기술에 주목했다.
셀프힐링 기술은 모빌리티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 및 적용되고 있는 기술이다.
자가회복이 가능한 전자기기의 케이스, 콘크리트, 패브릭 등이 대표적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셀프힐링 기술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매년 성장하는 기술의 시장 규모가 이를 증명한다.
또한 셀프힐링 기술은 몇몇 자동차 제조사 및 모빌리티 기술을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기업이 이미 적용한 바 있다.
하지만 일회성에 그치는 기능의 한계가 존재한다.
현대차그룹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셀프힐링 기술에 나노 기술을 접목하여 유의미한 성과를 달성했다.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셀프힐링 고분자 코팅은 나노 기술을 통해 일회성에 그쳤던 기존의 한계를 넘어 지속적으로 효과를 구현한다는 장점을 지녔다.
또한 셀프힐링 기술을 개발하며 연구했던 나노 캡슐을 응용해 자동차 부품의 마모를 예방하는 데 도움을 주는 오일캡슐도 함께 개발했다.
상처를 회복하는 것뿐만 아니라 상처를 예방하는 것까지, 일석이조의 성과를 이룩한 것이다.
머지않아 양산차에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현대차그룹의 셀프힐링과 오일캡슐 고분자 코팅 기술의 특장점에 대해 살펴봤다.
상처를 스스로 회복하는 자동차, 셀프 힐링 고분자 코팅 기술
자동차 산업에서도 이미 적용된 사례가 있는 만큼, 차별화를 위해서는 한 단계 더 발전된 모습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자동차에 적용되었던 기존의 셀프힐링 방식에서 벗어나 고분자의 가역적 화학반응을 통한 회복 방식에 주목했다.
참고로 가역적이란 ‘물질의 상태가 변화했을 때 본래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자동차에 적용된 기존의 셀프힐링 기술은 촉진제를 통해 차체 차량 표면의 절단 및 스크레치를 회복하는 기술이다.
회복을 위한 촉진제가 코팅 내부의 캡슐 또는 혈관형 방식으로 내재하였다가 파손에 따라 이러한 구조가 깨지면 촉진제가 흘러나와 상처를 수복한다.
현대차그룹의 셀프힐링 기술은 이러한 구조 대신 가역적 반응을 이용한다. 코팅층에 함유된 고분자는 맞닿아 있다가 코팅층에 상처가 나면 서로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분열된 고분자가 이황화 결합 반응에 따라 맞닿아 있는 상태로 돌아가려는 가역적 반응이 일어난다.
촉진제를 소모하는 것이 아닌 고분자의 화학적 반응을 응용하기에 기존의 셀프힐링과는 달리 여러 차례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가역적 기술이란 점이 현대차그룹 셀프힐링 기술의 특장점이다.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셀프힐링 고분자 코팅의 또 다른 특징은 상온에서 기능이 작동한다는 점이다.
기존의 몇몇 셀프힐링 기술은 효과를 구현하려면 별도의 열원이 필요했다.
즉, 열을 가해야만 일회성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인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러한 단점을 상온에서 기능이 작동하도록 개선하여 기술적 차별화를 이룩했다.
물론 이런 수준의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여러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가령 기존의 자가 복원 고분자를 활용하여 연구를 진행하면서는 만족스러운 회복 결과를 얻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함께 연구를 진행했던 오일캡슐에서 이를 해결할 힌트를 발견했다.
오일캡슐을 완성하기 위한 고체화 과정 중에서 나노 캡슐이 3차원적으로 엉키며 스펀지와 같이 변화하는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이를 셀프힐링 기술에 접목하여 3차원적으로 고분자의 결합을 유도한 결과 상처 부위 복원 속도를 더욱 빨라지게 할 수 있었다.
거듭된 연구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이를 구현한 결과 타사와는 다른 셀프힐링 기술이 완성됐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의 셀프힐링 기술에도 한계는 있다.
가령 셀프힐링 고분자 코팅이 적용된 부품의 표면이 완전히 박리되는 수준에서는 회복이 불가하다. 회복을 위한 고분자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셀프힐링 연구 과정에서 해결이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코팅층의 설계였다.
셀프힐링의 효율은 분자의 유동성과 관계가 있는데, 분자의 유동성을 높이면 효율은 높아지지만 코팅의 물리적 성질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연구원들은 코팅의 물리적 성질을 유지하며 셀프힐링 효율을 가장 높일 수 있는 균형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현재 셀프힐링 기술은 마지막 담금질 단계에 있다.
날씨, 온도 등 여러 혹독한 상황에서도 성능을 유지하는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공정 개발과 장기 내구성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안전사양에 우선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실제 양산도 함께 고려해 개발 중이다.
먼저 안전 사양인 차량의 카메라 렌즈, 라이다, 고전압 전식 보호 코팅 등에 해당 기술이 활용될 계획이며, 향후에는 자동차 도장면의 클리어코트, 외장 그릴 등에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자동차 도장보다 카메라 렌즈나 센서 등에 셀프힐링 기술을 우선 적용하는 이유는 탑승객의 안전과 직결되는 부품들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소재 제어 정밀도가 눈부시게 높아져 각 부품의 내구성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향상됐다.
하지만 각 부품의 역할 및 구조 역시 정밀해져 부품의 수명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릴 새로운 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카메라와 센서 등은 충격 및 파손에 예민한 부품들로 작은 상처도 오작동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처음같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셀프힐링 기술은 해당 부품의 표면이 항상 처음과 같은 상태로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아울러 상처 회복을 넘어 발수 및 절연 등 추가적인 기능을 더하기 위해 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향후 자동차 사회가 전동화 체제로 전환하고 전기차가 대중화된다면 차량에 탑재되는 전자장비의 수는 지금보다 늘어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의 셀프힐링 고분자 코팅 기술은 부품의 수명을 높이고 새로운 시도이자, 차량의 상태를 출고 때와 같이 유지하는 혁신적인 방안이 될 것이다.
나노 캡슐로 해결한 부품 마모 문제, 오일캡슐 고분자 코팅 기술
오일캡슐은 셀프힐링 기술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나노 캡슐이 지닌 가능성을 확장하며 개발하게 된 기술이다.
참고로 셀프힐링은 크게 두 가지 기술에 대한 연구로 개발됐다.
그 첫 번째가 바로 나노 캡슐로, 셀프힐링을 직∙간접적으로 돕는 물질을 나노 단위의 캡슐 형태로 만들어 고분자 코팅 내에 분산시키는 기술이다. 두 번째는 셀프힐링 효과를 극대화하는 고분자 물질이다.
이 두 가지 기술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나노 캡슐 기술이 먼저 완료되었다.
현대차그룹 연구원들은 다양한 성분을 포함할 수 있는 나노 캡슐의 특성을 다른 방식으로 활용할 방법을 고민했다.
나노 캡슐 내에 윤활유를 포함하여 부품에 도포하면 마찰로 인한 마모에 효과가 있을 것이란 아이디어를 도출했고, 이런 아이디어는 오일캡슐 기술 개발로 이어졌다.
오일캡슐 고분자 코팅 기술을 활용하면 마찰이 많이 일어나는 부품에 저마찰 및 내마모 특성을 부여할 수 있다.
오일캡슐이 포함된 코팅 소재를 부품에 도포해 마찰로 인하여 마모가 발생했을 때 코팅층의 오일캡슐이 함유하고 있던 윤활 성분이 흘러나와 윤활막을 형성하는 원리다.
이러한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오일캡슐은 계면활성제, 젤레이터, 오일 성분 등으로 구성된다.
캡슐 내에 함유된 윤활 성분은 현재 내연기관 자동차에 쓰이는 윤활 성분과 동일한 물질을 사용한다.
오일캡슐 기술 개발을 주도한 선행기술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존 코팅제와 비교해 오일캡슐 코팅은 마찰량은 58%, 마모량은 64%가 저감되는 효과가 있다.
같은 성분의 윤활 성분을 사용하면서 기존 방식보다 우수한 저마찰, 내마모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오일캡슐의 효용성이 뛰어남을 알 수 있다.
현재 자동차에 사용되는 윤활제와 비교해 오일캡슐이 지닌 또 다른 특장점은 원가가 절감되고 적용 가능한 범위가 넓다는 것이다.
내연기관 자동차에 적용되는 윤활제의 주성분인 이황화 몰리브덴(MoS2), 폴리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PTFE)과 같은 고체 윤활제는 고가의 성분으로 원가상승의 원인이 된다.
오일캡슐은 나노 단위의 캡슐에 저가의 엔진오일을 포함하므로 기존 고체윤활제와 비교했을 때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더 나은 효과를 낼 수 있다.
또한 지금의 자동차 윤활 방식은 모든 부품에 적용이 어려워 부품 마찰 문제를 해결하는데 한계가 존재했다.
그러나 오일캡슐 기술은 보다 넓은 범위에 적용하여 저마찰 및 내마모 특성을 부여할 수 있다.
이런 특성은 오일캡슐을 나노 단위로 구현했기에 가능했다.
나노 단위의 오일캡슐은 기존 코팅층의 물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훌륭한 효과를 구현한다.
또한 분산에도 용이하여 코팅층이 뭉치거나 가라앉지 않고 오랜 시간 동안 안정적으로 상태를 유지한다.
부품에 도포된 오일캡슐 코팅은 마찰로 모두 마모되어 없어질 때까지 효과가 지속된다.
즉, 셀프힐링 기술과 달리 오일캡슐은 비가역적 기술이다.
그러나 선행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부품 수명이 다할 때까지는 코팅이 모두 마모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일캡슐이 이렇게 완성될 때까지 가장 해결하기 어려웠던 과정은 나노 기술을 이용해 액체 오일을 고체화하여 분산이나 건조 조건에 최적화하는 과정이었다.
다양한 방법을 통해 정량적으로 최적화를 시도한 끝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현재는 다양한 하중 조건과 온도 및 윤활 상태 등에서 오일캡슐을 최적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전기차 시대에 오일캡슐의 효용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전기차는 배터리 탑재로 인한 무게 증가, 전기모터의 빠른 응답성, 높은 토크 등의 이유로 핵심 동력 부품의 내마모성 및 내구성이 중요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일캡슐은 전기차에서 기존 내연기관에 사용되던 윤활유처럼 저마찰 및 고내구 효과를 나타낼 수 있도록 하는데 크게 일조할 것이다.
사실 오일캡슐의 기반이 되는 나노 캡슐은 내부에 어떠한 성분을 포함하느냐에 따라서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예컨대, 향기를 포함한 나노 캡슐을 실내 내장재 마감에 적용하면 손길이 스칠 때마다 다채로운 향이 퍼지는 공간을 만들 수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나노 캡슐이 지닌 이런 잠재력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나노 기술이 품은 무한한 가능성
셀프힐링과 오일캡슐 기술은 자동차 업계가 현재 주목하는 친환경차, 자율주행, 첨단 소프트웨어 등의 기술처럼 돋보이는 기술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인생의 한 챕터를 함께 만들어 가는 자동차의 상태를 언제나 처음처럼 유지해 준다는 점은 고객의 편의, 안전 뿐만 아니라 감성적인 측면까지도 만족시켜 주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나노 기술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아울러 나노 기술은 미래 모빌리티에서 가장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분야 중 하나다.
다양한 물질을 적용하거나 혼합하여 이제껏 볼 수 없던 혁신적인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현대차그룹의 셀프힐링과 오일캡슐처럼 말이다.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나노 기술, 이러한 나노 기술을 모빌리티에 적용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를 지속하는 현대차그룹의 노력은 미래 모빌리티 세상을 여는 열쇠가 될 것이다.
출처 : https://www.hyundai.co.kr/story/CONT0000000000097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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