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일상

엔저현상과 일본인이 가난해지는 이유는?

드리프트 2022. 4. 3.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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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 현상, 일본인이 가난해졌다, 아베노믹스

 

일본인이 가난해졌다.


안녕하세요?

 

요즘 일본에서는 가난한 일본인이라는 말이 부쩍 많이 나옵니다.

 

"디즈니랜드 입장료, 다이소 가격 등이 전 세계에서 최고로 싸다"라는 내용을 담은 "싸구려 일본"이라는 책이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을 정도인데요.


엔화 가치 하락으로 각종 수입물가가 비싸져서 가계 서민의 고통이 앞으로 더 커질 것이란 우려도 큽니다.


미국 달러와 스위스 프랑 등과 함께 안전자산의 대명사로 꼽히던 엔화 가치가 6년여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일본 경제가 휘청이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과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속에 가속도가 붙은 엔저 현상은 일본인들의 불안감을 더 키우고 있는데요.


그동안 엔화는 미 달러화나 금 등과 함께 위기 상황일수록 가치가 올라가는 안전자산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최근, 외환시장에서는 이런 엔화 약세를 극히 이례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엔화=안전자산"이라는 등식이 무너진 것은 과도한 엔저를 지속한 아베노믹스 때문에 일본 경제가 망가지면서 엔저 현상이 나왔다는 주장이 대세를 이루면서 아베 전 총리의 입장이 상당히 난처해진 상황입니다.


자 그 얘기를 좀 자세하게 설명해 볼까합니다.


아베 전 총리는 2012년 12월 집권하자마자 "아베노믹스"에 착수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연간 수십조 엔씩 0% 금리의 국채를 발행해서 재정확장 정책을 펼치고 일본은행은 이차원 금융완화 정책을 실시해서 물가 상승률이 2%에 도달할 때까지 무제한 자금을 풀었습니다.

 

 

아베 전 총리가 엔저를 유도한 것은 수출기업의 실적을 개선함으로써 근로자 임금과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서였습니다.


개인소득을 늘리면 소비도 증가해 일본이 지긋지긋한 20년의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2013년 3월 취임 직후부터 초저금리 등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펼치며 엔저를 유도한 일본은행 "하루히코" 총재는 아베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를 실질적으로 주도한 인물입니다.


아베 전 총리가 "잃어버린 20년"에서 일본 경제를 구하기 위해 펼친 "아베노믹스"의 3개의 화살 중 하나가 엔저 정책입니다.


"구로다" 총재는 "금융완화 -> 엔화 약세 -> 수출 증가 -> 기업이익 증가 -> 주가 상승 -> 투자 증가 -> 임금 상승  -> 소비 증가" 란 "아베노믹스"의 선순환 구조를 기대했습니다.


그리고 이는 초기 2~3년 동안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는 듯 보였지만 초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부작용이 발생했습니다.


무제한 양적완화를 10년 가까이 실시했는데도 일본은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하지 못했고 그 사이 "잃어버린 20년"은 "잃어버린 30년"으로 바뀌었을 정도로 "아베노믹스"의 초저금리에 의해 경제는 더 침체에 빠졌습니다.

 


"아베"는 가장 중요한 일본의 현실을 잘못 판단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베노믹스"는 겉으로는 "현대통화이론(MMT)"과 통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MMT"란 기축통화를 가진 나라의 정부는 돈을 무한정 찍어낼 수 있기 때문에 재정적자가 아무리 커져도 국가부도의 우려가 없다. 그러니 인플레이션이 심해지지 않는 수준에서는 걱정 말고 돈을 풀어 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이론입니다.


아베는 그 이론을 기반으로 엔화를 무한정 발행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이 "MMT"는 정부의 지출이 세수를 넘어서면 안 된다는 주류 경제학의 철칙과 반대되기 때문에 이단 취급을 받아왔습니다.


그런데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미국과 이번 코로나19 쇼크 당시 주요국들은 사실상의 "MMT" 정책을 썼고 경기 추락을 막는 효과를 거두면서 주목받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일본은 이 "현대 통화 이론(MMT)"이 먹히지 않았습니다.


원래라면 민간 은행들은 흘러들어온 자금을 기업과 가계에 대출해 융통시켜야 합니다.

 

하지만 아베가 경시한 게 "일본이 왜 깊은 경제 침체에 빠져있었는가"하는 사실을 외면했습니다.


일본 경제가 오랜 침체에 빠지면서 기업은 설비투자를 안 하고 가계는 주택자금을 필요로 하지 않는 동력을 상실한 상태, 즉 "돌다리도 두드려보는" 일본인의 안전 위주로 가자는 정서로 인해 금융시장의 가장 기본적인 대출과 이자의 이 원리가 작동하지 않게 된 것입니다.


대출이 지지부진하자 남아도는 자금을 그대로 놔두면 은행은 존립을 위협받게 됩니다.

 

따라서 일본 은행들이 눈을 돌린 곳이 국제 금융시장으로 일본에서 남는 엔화를 가져다가 달러 자산에 투자합니다.


국제 금융회사들은 조달금리가 거의 제로인 엔화를 쌍수를 들어 반깁니다.


국제 금융회사들은 무이자에 가까운 금리로 엔화를 빌려 달러로 바꾸고 이를 국제금융시장에 융통시키면서 차익을 챙겼습니다.


오랜 기간 동안 뉴욕과 런던 등 국제금융시장의 자금공급 능력이 늘어나고 금리도 낮게 유지된 것은 일본 자금 덕분이라는 분석이 많은 이유입니다.


엔화의 공급이 많아지자 엔화의 가치는 더 이상 오르지 않고 엔저의 틈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세계의 투자가들은 0%의 금리 변동이 없는 엔화를 더 이상 투자로의 가치 있는 수단에서 외면하기 시작했습니다.


올해 들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잇따라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가 확대됩니다.


현재 미국의 10년 물 국채금리는 2%대인데 반해 일본의 10년 물 국채금리는 0%대입니다.


일본은행은 금리를 제로 상태로 유지시켜야 합니다 0.5%만 올려도 국채에 대한 이자 때문에 적자폭이 더욱 크게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얻은 것은 "국제결제은행(BIS)"이 지난 2월 17일 발표한 일본의 2월 실질실효환율(Real Effective Exchange Rate)은 66.54로 50년래 최저치였습니다.


일본은행이 통계를 산출하기 시작한 72년 2월의 66.25 이후 최저치입니다.


"실질실효환율"은 "교역 상대국 통화 가치와 물가 변화까지 고려해 산출한 화폐가치"를 뜻하는데 "실질실효환율"이 하락했다는 것은 대외적인 구매력이 낮아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구매력이 낮아졌다는 것은 경제의 총체적인 난국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아베의 "아베노믹스"는 일본의 모든 경제의 기록을 바꿔나가고 있습니다.


좋은 기록이 아니라 모두 최저의 경제 기록입니다.

 

엎친 데 덮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원유와 곡물 등 각종 원자재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상황에서 심화한 엔저 현상은 일본의 무역 수지 악화와 물가 상승세를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엔저 현상이 나타나면 일본 기업의 수출 경쟁력이 높아져 무역 흑자가 증가한다는 기대감 때문에 주가가 오른다는 통설이, 여지없이 깨지면서 이른바 "나쁜 엔저 현상"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습니다.


JP모건은 "엔저로 인해 일본 소비자들의 구매력은 약화됐고 자본도피 우려는 높아졌다"라고 했습니다.


일본 시사주간지 "슈칸신초"는 14일 인터넷판에서 일본인은 "가격 인상"에 질색을 하고 "값싼 것"에 집착한다.


제조업체들은 가격 인상 요인이 있어도 싼 값을 유지하기 위해 임금을 안 올리고 이것은 결국 소비자들을 가난하게 만들고 이것이 다시 값싼 것만 찾게 하는 "저렴함의 무간지옥(극심한 고통의 지옥)"이다고 분석했습니다.

 

일본 소비자들이 몇 년 사이에 가격 인상에 극히 민감하게 된 이유에 대해 경제 저널리스트 "구보타 마사키"는 "정답은 간단하다". "일본 국민들이 다른 나라 국민들보다 가난하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뭐 이런저런 핑계 댈 것 없이 근본적인 이유는 돈에 여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일축한 것입니다.


그 말의 초점은 물론 정부를 향해 있습니다.


정부의 경제 정책 실패가 국민을 가난하게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가라카마 다이스케" "미즈호은행" 수서 이코노미스트는 "엔저로 인한 구매력 저하는 일본 경제를 냉각시킬 수 있다"라고 지적했고 "노시타 도모오" 인베스코 운용 전략가는 "그동안 일본 기업이 해외 이전을 추진하면서 공장들이 해외로 많이 이전해
엔저의 수출증진 효과가 예전에 비해 크게 줄었다.


엔저가 장기 추세로 자리 잡으면서 해외로 간 기업들이 번 돈을 일본으로 송금하지 않으면서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라고 우려했습니다.

 

닛케이 아시아도 "엔저로 인한 수출경쟁력 상승효과는 약화한 반면 원유 등 원자재의 수입 물가는 높아지면서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무역수지 적자 등도 엔화 가치 하락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일본의 2월 무역수지는 6천682억 엔(약 6조 6천 억 원)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한 지난해 8 월부터 7개월 연속 적자 행진입니다.

 

그동안 일본은 무역수지에서 적자를 냈어도 자본수지가 흑자를 기록하며 경상수지는 흑자를 나타냈는데, 지난해 12과 올해 1월에는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선 것입니다.


그동안 엔화 약세는 일본과 경쟁하는 우리 한국 기업에는 불리한 것으로 여겨져 왔고 실제로 2010년대 초중반 달러화에 대한 엔화 환율이 80엔에서 120엔대로 치솟으면서 한국 수출기업들이 고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엔저 현상은 우리 한국 입장에서 아직 우려할 만한 단계는 아니라는 게 업계의 중론입니다.


한국 증권가도 "엔저 트렌드"가 단기적으로는 우려할만한 단계가 아니라는 것은 한국 경제 규모가 그만큼 커졌고 그만큼 견실하다는 분석입니다.

 

지난해부터 압도적으로 새로운 수출 기록을 써 가고 있는 것이 그 방증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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