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 데몬 헌터의 성공이 되살린 10대 소녀들만의 진짜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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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데몬 헌터의 성공이 되살린 10대 소녀들만의 진짜 문화

K-Pop 데몬 헌터의 성공이 되살린 10대 소녀들만의 진짜 문화

 

2025년은 그야말로 'K-Pop 데몬 헌터(KPop Demon Hunters)'가 세상을 지배한 한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지난 6월 넷플릭스(Netflix)에서 공개된 이 애니메이션 뮤지컬은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영화의 히트곡인 'Golden'은 빌보드 핫 100(Billboard Hot 100) 차트에서 6개월째 톱 10 자리를 지키며 비캐럴 장르 곡 중 독보적인 성적을 거두고 있거든요.

영화 자체도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중 역대 최고 시청 기록을 경신했으며 수많은 2차 창작물과 할로윈 코스튬은 물론이고 전석 매진을 기록한 싱어롱 이벤트까지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작품의 인기에 힘입어 극장 개봉까지 성공적으로 마쳤고 자연스럽게 후속편 제작도 확정된 상태인데요.

 

심지어 극 중 그룹인 '헌터엑스(HUNTR/X)'는 메이시스 추수감사절 퍼레이드(Macy's Thanksgiving Day Parade)에서 공연을 펼쳤고 캐릭터 풍선까지 등장했을 정도입니다.

어디에서나 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지금의 상황은 단순히 한 영화의 성공을 넘어 사라졌던 '트윈(Tween, 9~13세)' 소녀 문화가 다시 돌아오고 있다는 신호탄이기도 하거든요.

저와 같은 밀레니얼 세대라면 10대 소녀들의 문화가 꽃피웠던 황금기를 기억하실 텐데요.

당시에는 '리지 맥과이어(Lizzie McGuire)'가 디즈니 채널을 장악했고 인형 시장에서도 '브랏츠(Bratz)'가 큰 인기를 끌며 소녀들만의 확고한 감성을 대변하곤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시기의 하이틴 감성이 담긴 음악과 패션이 소녀들의 일상을 가득 채웠던 시절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소셜 미디어가 일상을 점령하면서 이러한 과도기적인 소녀 문화는 점차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는데요.

광고주들이 구매력이 큰 아주 어린 아이들이나 아예 성인층에만 집중하면서 낀 세대인 소녀들을 위한 시장이 축소되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어린이'와 '청소년'의 경계가 무너졌고 알고리즘은 아이들에게 너무 일찍 성인 문화를 주입하게 되었거든요.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아이들이 성인 화장품에 집착하는 '세포라 키즈(Sephora Kids)'라는 다소 씁쓸한 현상이었습니다.

그런데 'K-Pop 데몬 헌터'의 성공을 지켜보며 이제는 이러한 흐름이 다시 바뀔 수도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는데요.

처음 이 영화가 나왔을 때만 해도 저는 단순히 아이들을 위한 또 하나의 애니메이션일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뮤지컬 요소가 강한 만큼 '겨울왕국(Frozen)'의 K-Pop 버전 정도로만 여겼던 것이 사실이거든요.

물론 이 작품은 어린이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지만 결코 그들만의 전유물은 아닙니다.

실제로는 10대 중고등학생은 물론이고 성인 K-Pop 팬들까지 이 세계관에 열광하며 차트 정상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헌터엑스(HUNTR/X)'의 멤버들은 '겨울왕국'의 엘사나 안나보다 훨씬 더 강렬하고 엣지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이들은 마법 공주로서 겪는 고충이 아니라 실제 사춘기 소녀들이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고민들을 노래합니다.

변성기를 겪는 목소리와 변화하는 신체에 불안함을 느끼는 루미나 '문제아'라는 시선에 힘들어하는 미라의 모습이 대표적이거든요.

동시에 낮에는 화려한 아이돌로 밤에는 악마를 사냥하는 전사로 활동하는 이중생활 설정은 소녀들에게 완벽한 동경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멋진 의상을 입고 강력한 무기로 악마를 물리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짜릿한 쾌감을 선사하거든요.

'나답게 살자'는 메시지는 다소 평범할지 몰라도 건강한 여성들의 우정을 이토록 깊이 있게 다룬 콘텐츠는 여전히 드물기에 더욱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특히 멤버들이 음식을 가리지 않고 맛있게 먹는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는 점이 무척 인상적이었는데요.

과거 팝스타들에게 너무 마른 몸매만을 강요하며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던 시절을 떠올리면 정말 반가운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모습은 과거 '브랏츠(Bratz)' 인형이 그랬던 것처럼 일부 부모들 사이에서 작은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거든요.

하지만 이 작품은 음악과 사춘기 특유의 감성 그리고 부모님은 모르는 우리들만의 반항심이라는 요소를 완벽하게 조합해 냈습니다.

여덟 살 아이들에게 노화 방지 화장품 정보를 추천하는 알고리즘 세상에서 이들은 정말로 필요한 존재인 셈인데요.

생각 없이 보게 되는 짧은 영상들이 만들어낸 공백을 이토록 수준 높은 콘텐츠가 채워주고 있다는 사실이 다행스럽게 느껴집니다.

 

 

이 영화의 압도적인 성공은 10대 소녀들이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소비자층이라는 사실을 증명했는데요.

성공한 사례를 빠르게 뒤쫓는 미디어 산업의 특성상 앞으로 유사한 타깃을 노린 양질의 콘텐츠가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이미 후속편과 TV 시리즈 제작이 논의되고 있다는 소식은 이 분야의 밝은 미래를 암시하고 있거든요.

앞으로도 10대 소녀들이 성인의 모습을 흉내 내는 대신 그 나이대에만 누릴 수 있는 고유의 문화를 즐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

미래를 완벽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확실히 변화의 바람은 불기 시작했는데요.

작년에 화장품 기프트 카드를 사달라던 제 조카가 올해는 주인공 루미의 코스튬을 갖고 싶다고 말하는 것을 보며 깊은 안도감을 느꼈습니다.

틱톡(TikTok)을 보며 얼굴에 크림을 바르는 모습보다는 'Golden'을 열창하며 악마와 싸우는 흉내를 내는 아이들의 모습이 훨씬 더 건강해 보이기 때문이거든요.

결국 우리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성인을 흉내 내는 도구가 아니라 그들의 꿈과 고민을 담아낼 수 있는 '진짜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