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산 괴수영화 '크라켄' 논란, '순수한 오락'인가 '정치적 프로파간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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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산 괴수영화 '크라켄' 논란, '순수한 오락'인가 '정치적 프로파간다'인가

최근 거대한 스케일을 자랑하는 러시아산 괴수 영화, '크라켄'의 공식 트레일러가 공개되며 화제입니다.

심해의 비밀 군사 실험이 낳은 거대 괴수 '크라켄'과 러시아 핵잠수함의 사투를 그린 이 영화는, 과거 'T-34'를 제작했던 팀이 다시 뭉쳐 만들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더욱 기대를 모았는데요.

특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못지않은 압도적인 CG 퀄리티는 전 세계 영화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온라인 반응은 단순히 'CG가 대단하다'는 감탄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 영화 한 편을 두고, 2024년 현재 우리가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되묻는 거대한 논쟁의 불이 붙어버렸거든요.

'순수한 영화'는 존재하는가 '예술과 정치'의 충돌

이번 논쟁의 가장 본질적인 충돌 지점은 바로 '영화를 그저 영화로만 볼 수 있는가'라는 질문입니다.

한쪽에선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며 작품의 완성도와 재미라는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요.

이는 최근 할리우드 작품들에서 느껴지는 정치적 올바름이나 메시지에 피로감을 느낀 관객들에게, 아무 생각 없이 즐길 수 있는 순수한 장르적 쾌감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큰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괴수와 군대의 대결이라는, 가장 원초적이고 클래식한 볼거리에 집중하자는 목소리입니다.

하지만 반대편에선 이 영화의 소비가 곧 현재 진행 중인 특정 국가의 정치적, 군사적 행보에 대한 암묵적 동의나 지지가 될 수 있다고 강력하게 경고하거든요.

'Made in Russia'라는 꼬리표가 붙은 이상, 이 영화는 단순한 오락 콘텐츠를 넘어 국가의 이미지를 홍보하고 군사력을 과시하는 '소프트 파워'로 기능할 수밖에 없다는 비판입니다.

결국 창작물의 국적과 시대적 배경을 완전히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는, 이른바 '윤리적 소비'의 관점이 정면으로 맞서고 있는 셈입니다.

할리우드의 위기인가 '탈-PC' 블록버스터의 역습

이 논쟁은 단순히 러시아라는 국적을 넘어, 현재 글로벌 콘텐츠 시장의 지형 변화를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더라고요.

소위 'PC주의'나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요소에 지친 일부 관객들이 비-서구권 블록버스터에서 새로운 대안을 찾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들에게 '크라켄'은 단순히 러시아 영화가 아니라, 정치적 메시지 없이 오직 스펙터클에만 집중하는 '전통적인 블록버스터'의 귀환으로 여겨지거든요.

'정치색 없는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갈증이 러시아나 중국 같은 국가에서 제작된 대규모 영화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물론 이러한 시각에 대한 반발도 거셉니다.

특정 이념에 대한 반감이 오히려 더 큰 정치적 맥락을 외면하게 만드는 '모순'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인데요.

이는 콘텐츠를 즐기는 데 있어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가치와 '정치로부터의 자유'라는 가치 중 무엇을 더 우선해야 하는가에 대한, 현시대의 가장 뜨거운 가치관 대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는 사람만 보이는 '군사력'의 판타지와 현실

그런데 군사 마니아나 국제 정세에 밝은 사람들은 이 트레일러를 좀 더 흥미로운 시선으로 보고 있거든요.

영화가 보여주는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러시아 해군의 이미지와, 실제 뉴스에서 접하는 현실 사이의 거대한 '격차' 때문입니다.

한쪽에서는 이 영화가 러시아의 군사적 위상을 과시하고 국민적 자부심을 고취하려는 명백한 '프로파간다'의 성격을 띤다고 분석하는데요.

현실의 초라한 성적을 영화적 판타지로 덮으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날카로운 비판입니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이를 '원래 모든 밀리터리 영화가 가진 속성'이라고 말합니다.

'탑건'이 미 해군 항공대의 판타지를 극대화했듯, '크라켄' 역시 자국 군대를 멋지게 그리는 것은 장르적 특성일 뿐이라는 건데요.

결국 이 논쟁은 영화 속 '군사적 판타지'를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판타지가 현실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그들만의 리그'에서 벌어지는 심도 깊은 논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싸움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

결국 '크라켄'을 둘러싼 이 거대한 갑론을박은, 우리가 영화 한 편을 본다는 행위가 더 이상 순수한 문화적 경험에만 머무르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작품 그 자체'에 집중하려는 욕구와 '작품을 둘러싼 맥락'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충돌하고 있는 것이죠.

한 가지 확실한 건, 이렇게까지 뜨겁게 싸운다는 것 자체가 국적과 정치적 논란을 떠나 이 영화가 가진 시각적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역설적으로 증명하고 있다는 점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