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슬라에 쏠린 책임, 기술의 미래를 묻다
기술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최근 미국 법정에서 내려진 하나의 판결이 자동차 산업 전체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2019년 발생한 테슬라 모델 S의 오토파일럿 관련 사망 사고에 대해, 배심원단이 제조사인 테슬라에 33%의 책임이 있다고 평결한 것입니다.
이 사건의 표면을 들여다보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들이 많습니다.
운전자는 운전 중 휴대폰을 떨어뜨려 줍는 데 정신이 팔렸고, 가장 결정적으로 T자형 교차로를 향해 시속 80km 이상으로 돌진하는 순간에도 '가속 페달을 밟고 있었습니다.'
운전자가 명백한 의지로 차를 제어하고 있었던 상황에서, 어떻게 기계와 그것을 만든 회사가 책임의 굴레를 함께 져야 하는 것일까요.
이 판결은 단순히 한 기업에 대한 배상 책임을 넘어, '운전자 보조 시스템'이라는 이름 아래 발전해 온 모든 기술의 법적, 윤리적 경계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운전자의 명백한 과실, 그러나 왜 테슬라인가
사건의 정황만 놓고 보면 책임의 화살은 온전히 운전자를 향하는 것이 타당해 보입니다.
운전자의 발이 가속 페달 위에 있었다는 사실은, 운전자 보조 시스템의 개입을 스스로 '무시'하겠다는 가장 강력하고 직접적인 의사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운전자 보조 시스템이라도 운전자의 최종적인 제어 의지를 최우선으로 따라야 한다는 것은 불문율에 가깝습니다.
만약 위급 상황에서 운전자가 장애물을 피하기 위해 가속 페달을 밟았는데, 차가 멋대로 멈춰 선다면 그것이야말로 더 큰 사고를 유발하는 시스템 결함일 것입니다.
자동차의 최종 제어권은 언제나 운전자에게 있어야 하며, 그에 따른 책임 역시 운전자가 지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심원단이 테슬라에게 2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징벌적 배상금을 포함한 책임을 물은 이유는, 사고의 원인을 단순히 그 순간의 물리적 제어권 다툼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사고가 발생하기까지 운전자의 인식을 지배하고, 행동을 유도한 '보이지 않는 배경'에 주목했습니다.
'오토파일럿'이라는 이름이 만든 위험한 신뢰
배심원단이 주목한 배경의 핵심에는 바로 테슬라의 '마케팅'이 있습니다.
테슬라는 오랫동안 '오토파일럿'이나 '완전 자율 주행(FSD)'과 같은 명칭을 사용하며 자사의 운전자 보조 시스템이 실제 능력보다 훨씬 더 완벽하고 전능한 것처럼 포장해 왔습니다.
'운전자는 법적인 이유로 앉아있을 뿐, 차가 스스로 운전한다'는 식의 홍보 영상은 운전자들에게 시스템에 대한 막연하고도 위험한 과신을 심어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이러한 마케팅은 운전자들을 점차 안일하게 만들고, 시스템의 한계를 망각한 채 운전에 집중하지 않도록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다른 제조사들이 지오펜싱(특정 구역에서만 기능 활성화)이나 운전자 눈동자 추적 같은 강력한 '안전장치'를 도입하며 시스템의 오남용을 막으려 노력할 때, 테슬라는 기술의 불완전함을 마케팅으로 덮고 그 책임을 온전히 사용자에게 전가해 온 것입니다.
결국 배심원단은 운전자의 부주의가 개인의 잘못이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는 제조사가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위험한 신뢰'가 자리 잡고 있다고 판단한 셈입니다.
'이름만 그럴듯하게 붙여놓고, 사고가 나면 약관 뒤에 숨어버리는' 기업의 행태에 경종을 울린 것입니다.
가속 페달과 긴급 제동, 시스템의 딜레마
이 사건은 또 다른 기술적 딜레마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습니다.
바로 '가속 페달을 밟는 중에도 긴급 자동 제동(AEB)은 작동해야 하는가'라는 문제입니다.
일반적으로 운전자가 라디오를 조작하거나 다른 곳을 보느라 전방을 주시하지 못할 때, 발은 속도 유지를 위해 가속 페달 위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이런 상황에서 가벼운 페달 조작만으로도 AEB가 무력화된다면, 시스템의 존재 의미 자체가 사라집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제조사들은 운전자가 '의도적으로 강하게' 페달을 밟지 않는 이상, 시스템이 개입해 차를 멈추도록 설계합니다.
이번 사고에서 테슬라의 시스템은 전방의 차량과 사람을 분명히 '인식'했지만, 운전자의 페달 조작을 이유로 제동을 포기했습니다.
법정에서는 테슬라 시스템의 AEB 개입 기준이 업계의 통상적인 수준에 부합했는지, 아니면 운전자의 가벼운 조작에도 너무 쉽게 제어권을 포기하도록 설계되었는지가 중요한 쟁점이 되었을 것입니다.
이는 운전자의 제어 의사를 존중하는 것과 위험 상황에서 강제로 개입하는 것 사이의 적절한 균형점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에 대한 어려운 질문을 남깁니다.
법정에서 쓰여질 자율주행 시대의 규칙
이번 판결은 테슬라가 항소할 것이 분명하며, 최종 결과는 뒤바뀔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이 던지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운전자 보조 시스템의 결함이나 오작동이 아닌, 그것을 홍보하고 사용하는 방식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었다는 점에서 이는 매우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습니다.
만약 불완전한 보조 시스템으로 인한 사고의 책임 일부를 제조사가 지속적으로 지게 된다면, 기업들은 혁신적인 안전 기술 개발을 주저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100% 완벽하지 않다는 이유로 99%의 사고를 막을 수 있는 기술의 도입을 꺼리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입니다.
결국 이 판결은 자율주행 시대로 나아가는 길목에서, 기술의 진보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정직한 소통'과 '책임 있는 자세'임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술은 피로 쓰인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비극적인 사고와 그에 따른 법적 공방은,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시대의 규칙을 만들어가는 고통스러운 과정의 일부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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