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KeSPA 컵 T1전, 공식 발표는 '압도적인 한일전 승리'였지만 왜 팬들의 진짜 논쟁은 '구마유시의 흔적 지우기'였나
2025년 시즌을 앞두고 열린 LoL KeSPA 컵에서 T1이 일본 올스타팀을 상대로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화제인데요. 주최 측과 미디어가 내세운 공식적인 핵심은 롤드컵 우승 멤버 제우스, 구마유시가 떠나고 도란, 페이즈가 합류한 '새로운 T1(도오페페케)의 성공적인 데뷔'와 '한일전 승리'였습니다.
하지만 온라인 반응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람들은 정작 이 공식적인 승패나 일본 팀과의 격차에는 큰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오히려 이 경기를 두고 전혀 다른 지점에서 진짜 논쟁의 불씨가 붙었거든요. 바로 신입 원딜러 페이즈의 '이즈리얼' 플레이를 매개로 한 '전임자 구마유시와의 비교'와 '원딜 잔혹사의 종결'이라는 살벌한 내부 전쟁이 그것입니다.
보통 팀이 리빌딩 후 첫 승리를 거두면 "새 멤버 환영한다", "합이 잘 맞네" 정도의 덕담이 주를 이뤄야 정상입니다. 하지만 이번 댓글창의 데이터 흐름은 매우 이질적이고 공격적인 양상을 띠고 있더라고요. 수천 개의 댓글을 관통하는 대중의 '진짜 의제'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됩니다. 첫 번째는 '이즈리얼이라는 상징적 챔피언을 통한 해방감 표출'이고, 두 번째는 '팬덤 내부의 뿌리 깊은 내전(티응갤 vs 구맘)'입니다.
먼저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즈리얼'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찬사입니다. 페이즈 선수가 이즈리얼로 뛰어난 스킬 적중률과 앞비전(공격적 이동)을 보여주자, 팬들은 단순히 "잘한다"를 넘어 "드디어 혈이 뚫렸다", "원딜이 딜을 한다", "가짜 원딜이 가고 진짜가 왔다"는 반응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페이즈를 칭찬하는 것이 아닙니다. 지난 수년간 T1의 전임 원딜러 구마유시가 '이즈리얼, 제리, 카이사(제이카)' 같은 하이퍼 캐리형 챔피언을 기피하거나 숙련도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던 '과거의 트라우마'를 페이즈를 통해 보상받으려는 심리가 깔려 있거든요. 즉, 페이즈의 활약은 그 자체로의 의미보다, 전임자가 남긴 '결핍'을 채워주는 '정상화의 도구'로 소비되고 있는 셈이죠.
더 흥미롭고 섬뜩한 지점은 두 번째 의제인 '팬덤 내전'입니다. 댓글창은 페이즈의 데뷔를 축하하는 장이 아니라, 특정 커뮤니티(티응갤 등) 성향의 팬들과 기존 구마유시 팬(구맘)들 간의 '대리전 장소'로 변질되었습니다. 페이즈를 칭찬하는 댓글의 대다수가 "누구랑은 다르네", "방출 잘했다"라며 굳이 전임자를 소환해 비하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고, 이에 반발하는 측은 "팀 떠난 선수 그만 좀 놔줘라", "한화로 꺼져라"며 맞서고 있습니다. 이는 T1 팬덤이 지난 스토브리그 과정에서 겪은 갈등이 봉합되기는커녕, 페이즈라는 새로운 무기를 얻은 특정 세력의 '승리 선언'과 '숙청 작업'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도란 선수에 대한 반응 역시 흥미롭습니다. 탑 라이너 도란이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였음에도, 팬들은 "도란은 원래 저렇다"며 넘어가거나 원딜의 활약에 묻혀 상대적으로 관대한 모습을 보입니다. 이는 현재 여론의 화력이 온통 '원딜 포지션의 업그레이드 증명'에 쏠려 있기 때문입니다. 대중은 지금 당장의 경기력보다, 자신들이 믿고 싶었던 "구마유시가 억제기였다"는 가설이 사실로 증명되는 그 짜릿한 쾌감에 더 열광하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승리'가 아닌 '증명'을 원했던 팬들
결국 이번 KeSPA 컵 T1전의 여론은, 주최 측이 보여준 '게임의 승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팬들이 스스로 설정한 '내부의 적에 대한 승리'라는 것을 보여주는 명확한 사례라고 할 수 있겠네요. 팬들은 일본 팀을 이긴 것보다, 페이즈가 이즈리얼을 잘 다룬다는 사실에서 오는 '도파민'에 취해 있습니다.
페이즈의 화려한 데뷔전은 역설적으로 T1 팬덤이 그동안 얼마나 특정 플레이스타일에 대한 갈증과 전임자에 대한 애증이 깊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거울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페이즈가 활약할 때마다, 그리고 T1이 승리할 때마다 전임자의 이름은 끊임없이 소환되어 '비교의 제물'로 바쳐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것이 바로 잔혹하지만 확실한, E-스포츠 팬덤의 '진짜 의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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