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환경

AI가 당신의 뇌를 잠식한다? 효율성 뒤에 숨겨진 인지 능력 저하의 그림자

드리프트 2025. 5. 31.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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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당신의 뇌를 잠식한다? 효율성 뒤에 숨겨진 인지 능력 저하의 그림자

인공지능(AI) 기술이 우리 삶 깊숙이 파고들면서, 이제는 챗GPT와 같은 도구를 사용하여 긴 글을 요약하거나 간단한 이메일을 작성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편리함과 효율성 뒤편에서 우리는 무엇을 잃고 있는 것일까요? 과연 AI는 우리의 사고 능력을 저해하고, 궁극적으로 우리를 더 어리석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이 심각한 질문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술 낙관론에서 회의론으로: AI 시대의 경고음

과거 과학기술의 발전, 예를 들어 인터넷의 등장은 정보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며 민주주의적 가치를 확산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소수의 거대 기술 기업들이 AI와 같은 핵심 기술을 통제하고, 그들의 이익을 위해 기술의 방향을 설정하면서 이러한 낙관론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특히, 장기주의(longtermism), 효과적 이타주의(effective altruism), 특이점주의(singulartarianism)와 같은 특정 철학적 관점들이 기술 엘리트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면서, 기술 발전이 오히려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블랙 미러'의 한 에피소드처럼, 뇌 임플란트를 통해 인지 능력을 유지하는 대신 매달 구독료를 지불해야 하는 디스토피아적 미래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는 더 이상 기우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가장 빠른 길'의 함정: 과정의 가치를 잃어버리다

AI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효율성'입니다.

대학생들이 복잡한 텍스트를 요약하거나 에세이를 작성하는 데 AI를 활용하는 것을 "A 지점에서 B 지점으로 가는 데 왜 자동차를 사용하지 않겠는가?"라는 질문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시간을 절약하고 빠르게 결과를 얻는 것은 분명한 이점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지름길'은 과정 속에서 얻을 수 있는 수많은 가치를 간과하게 만듭니다.

예를 들어, 10분 거리의 식료품점에 3분 만에 차를 타고 가는 대신 걸어간다고 가정해 봅시다.

걷는 행위는 시간은 더 걸리지만, 환경 보호에 기여하고, 건강을 증진시키며, 주변 환경과 공동체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사회적 연결감을 강화하는 등 다양한 부수적인 이점을 제공합니다.

마찬가지로, AI를 사용하여 과제를 빠르게 처리하는 것은 당장의 효율성은 높일 수 있지만, 정보를 스스로 탐색하고, 비판적으로 분석하며, 창의적으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길러지는 핵심적인 인지 능력과 깊이 있는 이해를 놓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창의성의 위기: AI는 진정한 지능인가, 정교한 모방인가?

언론인들이 기사 작성 과정의 일부, 예를 들어 자료 조사나 문장 편집에 AI를 활용하는 사례는 이러한 우려를 더욱 증폭시킵니다.

물론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신속하게 처리하고, 일관성 있는 문장을 생성하는 데 능숙합니다.

하지만 AI가 제시하는 결과물은 진정한 창의성이나 독창적인 사고의 산물이라기보다는, 기존에 학습한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장 그럴듯한 답변을 '모방'하고 '조합'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대규모 언어 모델(LLM)은 사용자의 질문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프롬프트에 대해 통계적으로 가장 확률 높은 단어들을 순차적으로 배열하여 문장을 생성합니다.

이는 마치 헌터 S.

톰슨이 위대한 소설을 쓰는 느낌을 알고 싶어 '위대한 개츠비'를 통째로 타이핑했다는 일화처럼,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 그 자체에 담긴 인지적, 창의적 가치를 간과하는 것과 같습니다.

필자는 서로 관련 없어 보이는 아이디어들을 연결하고, 새로운 연관성을 발견하는 과정을 통해 독창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저널리즘의 핵심이라고 강조하며, AI는 이러한 과정을 생략하게 만든다고 비판합니다.

인지적 오프로딩의 역설: 편리함이 가져오는 퇴보

수천 년 동안 인류는 복잡한 작업을 관리하는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다양한 기술을 사용해 왔습니다.

메모장에 무언가를 적어두거나 스마트폰에 연락처를 저장하는 것과 같은 '인지적 오프로딩(cognitive offloading)'은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문자가 기억력을 약화시키고 진정한 지혜가 아닌 지혜의 '외양'만을 제공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계산기는 암산 능력을, GPS는 공간 기억력을, 워드프로세서는 손글씨 능력을 저해했다는 주장처럼, 모든 기술 발전에는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공존합니다.

AI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긴 글을 요약하거나 복잡한 정보를 빠르게 습득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스스로 정보를 분석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며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는 능력이 퇴화될 위험이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가 팟캐스트를 직접 듣는 대신 AI 요약본으로 정보를 얻는 사례는 이러한 경향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과연 요약된 정보가 원본이 담고 있는 깊이와 뉘앙스까지 전달할 수 있을까요?

되돌아봐야 할 질문: 우리는 무엇을 위해 생각하는가?

SF 작가 테드 창은 현대 생성형 AI 시스템의 핵심적인 모순을 지적하며, AI를 사용하여 문서를 생성하고 다시 AI로 요약하는 행위가 과연 진정한 의미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지 질문합니다.

언어와 글쓰기는 본질적으로 소통을 위한 도구이며, 여기에는 상대방의 생각과 의도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수반됩니다.

그러나 AI가 이러한 과정을 대체하게 된다면, 우리는 생각하고, 숙고하고, 쓰는 능력을 점차 잃어버릴지도 모릅니다.

AI 기술의 발전은 분명 우리에게 많은 이점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인간 고유의 인지 능력과 창의성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합니다.

효율성과 편리함이라는 달콤한 유혹 뒤에 숨겨진 잠재적인 위험을 인지하고, 기술을 현명하게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점 A에서 점 B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 항상 '최선의 길'은 아닐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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