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환경

잠자던 거인의 기술, 동방에서 깨어나다: 중국, 미국의 '버려진 핵 연구'로 토륨 원자로 혁신 (용융염, 무정지 재급유, 그리고 미래 에너지)

드리프트 2025. 5. 26.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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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던 거인의 기술, 동방에서 깨어나다: 중국, 미국의 '버려진 핵 연구'로 토륨 원자로 혁신

토끼와 거북이, 반세기 만에 역전된 핵 기술의 패권

최근 중국 과학계에서 전해진 한 가지 소식은 전 세계 에너지 지형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만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중국 과학자들이 실험용 토륨 용융염 원자로(Thorium Molten Salt Reactor, MSR)를 가동 중단 없이 재급유하는 데 사상 처음으로 성공했다는 발표인데요.

이는 단순히 기술적 진보를 넘어, 과거 미국이 주도했으나 여러 이유로 중단되었던 핵 연구 분야에서 중국이 새로운 선두 주자로 부상했음을 시사하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프로젝트 수석 과학자인 쉬훙제(Xu Hongjie) 박사가 언급한 이솝 우화 "토끼와 거북이" 비유처럼, 한때 기술적 우위를 점했던 '토끼'가 주춤하는 사이, 꾸준히 한 길을 걸어온 '거북이'가 결정적인 기회를 포착한 형국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잊혀진 기술의 부활: 토륨 용융염 원자로의 재조명

토륨 용융염 원자로는 1950년대 미국에서 처음 개발되었으나, 당시 우라늄 기반 원자로에 모든 역량이 집중되면서 연구가 중단되고 관련 기술은 기밀 해제되어 공개되었습니다.

중국 연구진은 바로 이 공개된 미국의 초기 연구 자료를 활용하여 현재의 성과를 이뤄냈다고 밝혔는데요.

토륨 MSR은 액체 토륨을 연료로 사용하며, 용융된 염(salt)이 냉각재이자 연료 혼합물의 일부 역할을 합니다.

섭씨 600도 이상의 고온에서 고에너지 중성자와 충돌한 토륨은 우라늄-233으로 변환되어 핵분열을 통해 에너지를 방출하는 원리입니다.

이 방식은 기존 고체 연료 원자로에 비해 여러 가지 중요한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가장 큰 특징은 안전성인데요, 이미 녹아있는 연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공기에 노출되면 그대로 냉각되어 굳어버리므로,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와 같은 대형 노심용융(meltdown) 사고의 위험이 원천적으로 차단됩니다.

또한, 우라늄 원자로보다 핵폐기물 발생량이 현저히 적으며, 심지어 기존 우라늄 원자로에서 발생한 핵폐기물을 연료로 재활용할 수도 있다는 점은 핵폐기물 처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현시대에 매우 매력적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토륨 자체도 우라늄보다 채굴이 용이하고 매장량이 3배나 풍부하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미국의 선택과 중국의 추격: 핵 기술 개발의 역사적 배경

그렇다면 미국은 왜 이처럼 유망해 보이는 토륨 MSR 연구를 중단하고 우라늄에 집중했을까요?

여러 가지 분석이 있지만, 가장 설득력 있는 이유는 바로 '군사적 활용성'입니다.

우라늄은 핵무기 제조에 직접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반면, 토륨 기반 원자로에서 생성되는 우라늄-233은 무기급으로 농축하기 어렵거나 비효율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냉전 시대 핵무기 개발 경쟁이 치열했던 당시 미국의 전략적 판단이 우라늄 중심의 핵 정책으로 이어졌고, 이는 결과적으로 토륨 MSR 기술의 발전을 더디게 만든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미국의 선택을 '이중 용도(dual-use)' 해결책이라고 표현하며,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반영한 결정이었음을 시사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미국의 '방치'는 역설적으로 중국에게 기회가 되었습니다.

1970년대부터 토륨 MSR 연구를 꾸준히 진행해 온 중국은 최근 자국 영토 내에서 막대한 양의 토륨 매장량을 발견하면서 이 기술에 대한 투자를 더욱 확대하고 있습니다.

일부 추정에 따르면, 중국 내 토륨 매장량은 자국의 에너지 수요를 6만 년 동안 충족시킬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하는데요.

이는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시진핑 주석의 야심 찬 목표와 맞물려 토륨 MSR 개발에 강력한 동기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기술적 난제 극복과 미래 전망: '전략적 인내'의 결실

과거 토륨 MSR 연구가 난관에 부딪혔던 주요 기술적 문제점으로는 용융염의 부식성과 토륨의 약한 방사능으로 인한 지속적인 핵분열 반응 유지의 어려움 등이 있었습니다.

미국 공군이 핵추진 초음속 제트기 개발 계획의 일환으로 MSR 개념을 처음 고안했을 때도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1954년 결국 프로젝트가 중단된 바 있습니다.

중국이 이러한 기술적 장벽을 어떻게 극복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명확히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쉬훙제 박사는 "핵 게임에는 빠른 승리란 없다"며, "20년, 30년 동안 단 한 가지에 집중하는 전략적 인내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꾸준한 연구와 투자가 있었음을 시사했습니다.

고비 사막에 건설된 것으로 알려진 이 실험용 원자로는 현재 2MW의 전력을 지속적으로 생산하며 약 2,000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이는 아직 대규모 상용화 단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온라인 재급유 성공은 기술의 실용화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일부에서는 이 기술의 확장성이나 경제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며, 용융염 처리의 어려움 등을 지적하기도 합니다.

또한,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중국의 발표에 대해 '프로파간다'라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토륨 MSR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화석 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공존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의 서막, 거북이의 역습은 계속될 것인가

중국의 토륨 용융염 원자로 기술 돌파는 단순히 한 국가의 기술적 성과를 넘어, 전 세계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에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과거 미국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잠자던 기술'이 꾸준한 노력과 투자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꽃피운 이 사례는, 장기적인 안목과 전략적 인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줍니다.

물론, 상용화를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기술적, 경제적 과제들이 남아있지만, 이번 '무정지 재급유' 성공은 그 가능성을 한층 밝게 비추고 있습니다.

안전성, 핵폐기물 감소, 풍부한 연료 자원 등 토륨 MSR이 가진 본질적인 장점들은 미래 에너지원으로서의 매력을 더욱 높이고 있습니다.

과연 '거북이' 중국은 이 기세를 몰아 핵에너지 분야에서 지속적인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요?

그리고 한때 '토끼'였던 다른 국가들은 이 변화의 흐름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앞으로 펼쳐질 에너지 기술 경쟁의 귀추가 주목됩니다.

이러한 기술 발전이 인류 전체의 지속 가능한 미래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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