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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볼보 S90, 다시 태어난 클래식—세단 디자인의 진화와 한계

드리프트 2025. 5. 1.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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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볼보 S90, 다시 태어난 클래식—세단 디자인의 진화와 한계

2026년형 볼보 S90(Volvo S90)이 공개됐습니다.
 
다만 이 모델은 유럽과 미국에서는 볼 수 없다는 사실, 아셨나요?
 
이번 S90은 중국과 일부 아시아 시장 전용으로 출시될 예정인데요.
 
디자인적으로는 크게 새롭지 않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는 꽤 복잡합니다.
 
자동차 디자인의 보수성과 혁신, 글로벌 시장 전략, 브랜드 정체성 간의 균형을 고민하게 만드는 사례인데요.
 
이번 글에서는 S90의 변화와 그 의미를 깊이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1. 디자인 언어의 ‘진화’인가, ‘순응’인가

 

볼보는 2016년부터 이어져 온 S90의 디자인을 다시 한번 다듬었습니다.
 
새로운 그릴과 매트릭스 LED 헤드라이트, 약간의 범퍼 및 후면 조형 변경이 전부인데요.
 
XC90 SUV에서 선보인 요소들을 이식한 형태입니다.
 
외형적으로는 큰 변화가 없는 듯하지만, 기존 디자인의 완성도가 높았기에 가능한 접근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전략은 ‘If it ain't broke, don’t fix it’이라는 디자인 철학에 기반하고 있는데요.
 
실제로 많은 소비자들은 이전 세대의 S90이 여전히 가장 우아하다고 평가합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새로운 EX90, 폴스타 2(Polestar 2) 같은 모델의 디자인 언어와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고 지적합니다.
 
과거의 명작을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브랜드 전체의 통일성을 위해 변화를 수용할 것인가—디자인팀의 고민이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2. 디테일의 미학: ‘보이는 것’보다 ‘보이게 만드는 것’

 
S90의 변화 중 가장 주목할 부분은 후면 디자인입니다.
 
테일램프는 더욱 날렵하게 다듬어졌고, 전체적인 비례감도 개선됐습니다.
 
일부에서는 BMW 3시리즈와 유사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볼보 특유의 '토르의 망치(Thor’s Hammer)' DRL 디자인의 연장선으로 보는 해석이 더 설득력 있죠.
 
이번 페이스리프트는 마치 “전과 똑같아 보이지만, 비교해보면 훨씬 세련된” 인상을 줍니다.
 
복잡했던 노즈 디자인은 단순화되었고, 내부에는 11.2인치 디스플레이가 삽입되면서 디지털 감성을 강조했습니다.
 
다만 이 디스플레이가 대시보드에서 튀어나온 형태라 시각적으로 이질감을 주는 점은 호불호가 갈리는 요소인데요.
 
어떤 이는 이를 "고급스럽지 못한 태블릿 같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3. 왜 미국과 유럽은 제외됐을까?

이번 S90은 중국에서 생산되며, 그 시장을 중심으로 판매될 예정입니다.
 
이는 단순한 제조 거점의 변화가 아니라, 자동차 산업의 지형이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인데요.
 
첫째, 글로벌 수요의 변화입니다.
 
유럽과 북미에서는 세단 시장이 점점 축소되고 있으며, SUV 및 크로스오버 차량이 대세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와 반대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일부 시장에서는 여전히 대형 세단에 대한 수요가 존재합니다.
 
둘째, 무역 정책의 영향입니다.
 
미국은 2017년 이후 중국산 차량에 대한 관세를 강화해 왔고, 최근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이 다시 부각되면서, 중국산 S90의 미국 진출 가능성은 사실상 봉쇄됐습니다.
 
셋째, 브랜드 전략의 지역화입니다.
 
볼보는 이미 유럽 시장을 위한 전기차 ES90을 준비 중이고, S90은 아시아 시장 전용 모델로 포지셔닝하고 있습니다.
 
즉, 동일한 이름을 가진 차량이 지역마다 다른 역할을 수행하는 셈이죠.

4. 프리미엄 세단의 정체성과 생존 전략

 
S90을 둘러싼 담론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디자인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입니다.
 
한쪽에서는 “너무 보수적이고 지루하다”고 비판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이 정도의 조용한 우아함을 지닌 차는 드물다”고 찬탄합니다.
 
이는 단순히 디자인의 ‘좋고 나쁨’을 떠나, 자동차가 소비자에게 어떤 감정을 전달하는가라는 문제로 이어집니다.
 
최근 자동차 디자인은 점점 과격해지고 있는데요.
 
과도한 크롬 장식, 불필요한 캐릭터 라인, 거대한 그릴 등은 시각적 자극을 주지만, 동시에 피로감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반면, 볼보는 여전히 절제된 미학을 고수하고 있고, 그 점이 오히려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5. S90,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르게’ 남는다

 
2026년형 S90은 북미와 유럽에서 더는 만나기 어렵겠지만, 그렇다고 이 모델이 실패하거나 도태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볼보는 시장의 흐름에 유연하게 반응하면서, 디자인 정체성과 글로벌 전략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디자인을 유지하면서도 디테일을 개선하고, 생산지를 옮기면서도 브랜드 이미지를 해치지 않는 것—이런 점에서 이번 S90은 단순한 페이스리프트를 넘어,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가 어떻게 생존하고 진화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볼 수 있습니다.
 
클래식한 세단의 미학을 잊지 않는 이들에게, S90은 여전히 의미 있는 존재로 남게 될 겁니다.
 
단지 그 무대가 달라졌을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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