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금융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에 숨겨진 진짜 얼굴 — 미국의 보호 아래 위태로운 ‘황금 감옥’

드리프트 2025. 3. 30.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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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석유에 숨겨진 진짜 얼굴 — 미국의 보호 아래 위태로운 ‘황금 감옥’

사우디아라비아(Saudi Arabia)는 전 세계 원유 시장의 ‘큰손’인데요.

 

사막 한가운데 허허벌판에서 석유 하나로 세계 최상위 부국이 된 나라라고 알려져 있죠.

 

그런데 과연 이 나라가 진정한 ‘성공 국가’일까요? 아니면 엄청난 석유 수익에 가려진 근본적인 위험을 안고 있는 걸까요?

 

오늘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역사, 정치, 경제, 사회, 그리고 미래 전망까지, 다양한 시각을 바탕으로 아주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1. 미국과의 ‘역사적 거래’, 그리고 왕가의 절묘한 통치술

사우디아라비아는 사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빈곤한 부족 사회였는데요. 이븐 사우드(Ibn Saud)가 부족들을 무력과 혼인으로 통합하면서 1932년에 근대 국가로 탄생합니다.

 

이후 1938년, 세계 최고 품질의 저렴한 원유가 발견되면서 판이 완전히 달라지죠. 미국과의 협력 덕분에 본격적인 석유 개발이 시작되고, 1945년 루스벨트(Franklin D. Roosevelt) 대통령과의 ‘비터 레이크(Bitter Lake)’ 회담을 계기로 미국과 깊은 군사·경제적 동맹이 성립됩니다.

 

그 핵심은 미국이 사우디 왕가를 군사적으로 보호해주는 대신, 왕가는 안정적인 석유 공급과 달러결제체제(페트로달러)를 유지한다는 약속인데요. 이 ‘석유-안보’ 교환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븐 사우드와 후계자들은 부족 간 혼인 정책으로 내부 단결을 꾀했고, 미국과의 협력으로 외부 침략을 막았으며, 종교적으로는 메카와 메디나를 지배하는 이슬람의 심장부라는 상징성을 활용해 정통성을 강화했죠.


2. ‘오일 머니’와 초대형 복지, 하지만 민간 경제는 여전히 취약하다

 

사우디의 경제 구조를 보면, 거의 모든 것이 석유에 달려 있습니다. 국가 예산의 87%가 석유 수익인데, 수출의 90% 이상도 원유에 의존하고 있죠.

 

국민 대부분은 정부가 보장하는 고임금 공무원에 기대고, 남성 시민에겐 세금 없는 월급, 결혼·출산 지원금, 무상 의료·교육이 제공됩니다. 사실상 ‘현금 복지’와 다름없는데요.

 

덕분에 국민들의 체제 불만은 낮지만, 동시에 생산적 민간 부문이 자라기 어렵고, 자국민이 일하려는 동기도 약합니다.

 

게다가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가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많고, 이들은 사실상 ‘현대판 노예’ 신세인 경우도 적지 않죠.

 

이런 구조는 단기적으로 왕정 체제 유지에 효과적이지만, 민간 주도의 역동적인 경제 발전에는 상당한 장애물이 됩니다.


3. ‘석유 저주’를 피해갔다고? 사실은 전형적인 ‘자원 저주’ 국가다

일부에서는 사우디가 ‘석유 저주’를 피한 성공 사례라고 보기도 하는데요.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우디야말로 자원 의존도가 극단적으로 높은, 전형적인 ‘자원 저주’ 국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석유 수익이 워낙 막대하다 보니, 왕족과 권력층의 부패나 사치에도 나라가 무너지지 않았을 뿐, 근본적으로는 권력과 부가 극소수에 집중된 독재 국가 구조죠.

 

왕족은 국부를 ‘공공재’로 관리하기보다는 일종의 ‘가족 재산’처럼 다루면서, 동시에 시민층에 막대한 복지를 제공해 체제에 대한 충성심을 확보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체제는 오직 석유 수익이 무한정 쏟아질 때만 유지 가능한데요.


4. 종교와 권력의 ‘밀월’ 그리고 내부 차별 문제

사우디 왕가는 이슬람의 성지 메카와 메디나를 통제하면서 종교적 정통성을 확보했는데요. 특히 와하비즘(Wahhabism)이라는 초보수적 종교 이념과 결합해, 왕정에 대한 무조건적 복종을 종교적으로 정당화합니다.

 

왕가는 이슬람 수호자 역할을 하면서, 종교 권력을 정치적 통제에 활용하고 있죠. 이런 구조는 국민의 정치적 권리 확대나 민주화를 가로막는 장애물이기도 합니다.

 

한편, 이런 체제는 사실상 국민 일부만을 위한 국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성과 외국인 노동자, 시아파(Shia) 소수종파 등은 법과 사회에서 차별받고 배제돼 있죠.

 

여성들은 2018년에야 운전이 허용됐고, 그 전까지는 남성 보호자 허가 없이는 여행, 취업, 학업도 어려웠습니다. 최근 제한적 개혁이 있었지만, 여전히 가족 내 남성 보호자 제도는 남아 있고, 정치적 권리도 제한적입니다.

 

국민의 상당수가 외국인 노동자이고, 이들은 시민권 없이 경제를 떠받치지만 어떤 권리도 보장받지 못하는 ‘2등 인구’에 머물러 있죠.

 

이런 점에서 보면, 겉보기에 안정적이지만, 사실 내부적으로는 불평등과 차별이 심각한 국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5. 왜 미국과 영국은 사우디를 ‘내버려뒀나’

재미있는 점은, 미국과 영국 등 서방 열강이 이라크, 이란, 리비아, 시리아 등 석유부국에는 군사 개입이나 정권 교체를 자주 시도했지만, 사우디에는 그러지 않았다는 점인데요.

 

이는 사우디가 일찌감치 미국과 ‘석유-안보’ 동맹을 맺고, 석유거래를 달러로 고정(페트로달러 시스템)시켜 미국 금융지배에 협조했기 때문입니다.

 

미국 입장에선 '친미 왕정'이 계속 석유를 공급해주고, 달러 패권을 유지하는 게 훨씬 이익이었죠. 그래서 사우디 왕가의 부패, 인권탄압, 독재 체제를 눈감아 주는 묵계가 형성된 셈입니다.


6. 결국 ‘석유 바보’ 국가? 미래는 불안하다

사우디는 엄청난 석유 덕분에 지금껏 ‘돈으로 때우는 국가 운영’이 가능했는데요. 문제는 이 구조가 영원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전 세계가 화석 연료를 줄이고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면, 사우디의 석유 수익은 급감할 수밖에 없죠.

 

왕가는 이를 의식해 ‘비전 2030(Vision 2030)’이라는 경제 다각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요. 초호화 신도시 ‘네옴(NEOM)’, 스포츠·관광 산업 육성, 첨단산업 투자 등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이런 ‘돈으로 짓는 신기루’가 진짜 민간 경제의 역동성을 키울 수 있을지, 의문이 많습니다.

 

정치적 폐쇄성, 문화적 장벽, 권력 집중, 사회적 불평등이 남아 있는 한, 진정한 산업혁신과 사회개혁은 쉽지 않을 수밖에 없죠.

 

게다가 복지와 관료제에 기대는 국민들의 의존성, 외국인 노동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도 큰 족쇄입니다.


7. 사우디는 ‘성공 국가’일까? 아니면 ‘석유가 끝나면 무너질 모래성’일까?

다양한 시각을 종합하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지금까지 미국과의 동맹, 왕가의 절묘한 통치술, 극단적 보수주의, 엄청난 석유 수익 덕분에 ‘억지로 버티는’ 체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민간 경제 역량, 민주주의와 인권, 사회 통합력 등 현대 국가의 기본 요소는 여전히 취약하죠.

 

그만큼, 석유 수익이 줄거나, 체제 내 모순이 폭발할 경우, 갑작스러운 사회 혼란이나 권력 붕괴 가능성도 상존합니다.

 

이 나라는 성공한 석유 부국이자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심각한 불평등과 억압, 부패, 경제 취약성을 안고 있는, ‘모래 위에 세운 신기루’일 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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